연구비로 프라이팬 사고, 출석 안해도 ‘A’학점…제주대의 민낯

입력 2020-09-06 15:55 수정 2020-09-06 16:00

연구비를 수백회에 걸쳐 착복하고, 출석 미달 학생에 최고 학점을 준 제주대학교 교수들이 감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교육부가 제주대학교를 상대로 실시한 종합감사(2016~2019년 9월 추진 업무)에서 총 54건의 부당사례가 확인됐다.

주요 지적 사항을 보면 제주대 A교수는 2016학년도 1학기 자신의 수업을 수강한 대학 소속 직원 등 2명이 수업에 결석했음에도 출석한 것처럼 처리해 ‘A’ 학점을 줬다.

감사 결과 이들이 실제 출석한 것은 21시간으로 총 수업시간(45시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했지만, 해당 교수는 2018년 1학기까지 이들의 출결을 부당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해당 교수에 대해 중징계, 혜택을 받은 직원에게는 경징계를 각각 요구했다. 또, 이들이 부당하게 받은 16개 과목의 학점을 취소 또는 F학점으로 처리하고, 학칙에 따라 수료학점이 미달될 경우 학위 수여를 취소할 것을 통보했다.

일부 교수는 연구 윤리도 바닥을 드러냈다.

제주대 B교수는 토너를 구입한 것처럼 증빙서류를 제출했지만 실제로는 가정용 프라이팬 등을 구매하는 등 14개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비 3960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또 다른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도 회의를 개최한 것처럼 회의록을 거짓 작성해 총 60건 1161만원의 회의비를 집행했다.

또 자료조사, 업무협의 등을 한다는 사유로 출장을 신청한 후 공무수행을 하지 않았음에도 카드사용 내역 등을 출장 증빙서류로 제출해 총 62회에 걸쳐 963만원을 수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제주대는 이번 감사에서 중징계를 요구받은 B교수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를 진행한 후 연구결과물을 제출하지 않은 사례, 연구보조원으로 배우자와 가족을 다수 참여시켜 1200여만원에 달하는 인건비를 지급한 교수들도 적발됐다.

시험문제를 매해 똑같이 낸 성의없는 교수들도 있었다.

2016학년도 1학기부터 2019학년도 1학기까지 동일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출제한 교수 25명이 무더기 경고 처분을 받았다.

또 감사기간 전산망에 교수계획서를 등록하지 않아 학생들에게 충분한 학사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교수도 46명이나 적발됐다.

감사에서는 제주대 교직원들이 매년 1회이상 받아야 하는 4대폭력 예방교육(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가정폭력)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그동안 제주대에서는 교수의 갑질과 성폭력 문제가 잇따르면서 총장이 공식 사과하는 등 대학 측이 여러 차례 재발 방지 노력을 약속해왔다.

그러나 감사 결과 2016~2018년 총 교육대상 인원 3286명 중 1155명이 해당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대학 측의 교직원 의무교육 관리 노력이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아울러 제주대는 2016년 장학금 300만원을 발전기금회계로부터 전입받은 뒤 대학회계 예산에 편입하지 않고 부서에서 직접 사용하게 하는 등 2016년도부터 2019년 9월까지 198개 전입금 130억4800만원을 대학 60개 부서에서 직접 지출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현행 국립대학 회계법은 국립대의 모든 수입은 세입으로 편입한 후 사용하고 세입 및 세출 예산은 대학회계의 예산에 편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