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중량급 의원들의 복당 문제가 향후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당명 개정을 비롯한 당 쇄신 1단계를 마무리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를 향한 날선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별적 복당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6일 하루에만 두 차례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겨냥한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첫 글에선 “당권을 쥔 입장에서 보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역량이 검증된 지도자급 국회의원들의 복당을 막는 것은 당을 비대위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질없는 영역방어 본능에서 벗어나야 한다. 속 좁은 리더쉽으로 당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이 글에 “고맙소”라는 댓글을 달았다.
장 의원의 두 번째 글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향한 공격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었다. 무소속 권성동 김태호 홍준표 의원을 치켜세우며 “우리는 왜 키워주고 띄워주지는 못할망정 외면하고 깎아내리기만 하고 있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비대위가 오로지 당권 강화에만 혈안이 되어, 범야권 통합에 장애물이 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중량급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문제를 외면한 채 당내 대선주자가 없다는 투로 말하는 데 대한 문제 제기였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김종인 비대위를 향한 불만 표출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종인 비대위를 마뜩지 않게 여기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복당 문제를 고리로 비대위 흔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비대위 출범 100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당이 완전히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게 되면 그다음에 가서 복당 문제를 거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이 갈등이 터지기 전에 단계적 복당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관계자는 “대선 주자급 무소속 의원의 경우 조금 더 당의 쇄신 작업이 진행된 뒤 복귀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며 “당내 이견이 없고 이미 복당 의사가 뚜렷한 의원들에 대해선 복당 논의를 해볼 단계는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 등을 먼저 복당시키는 선별적 복당 방안이 추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선별적 단계적 복당 방안 역시 당내 갈등을 더 키우는 악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무소속 복당 문제는 향후 국민의힘 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김 위원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어떻게 발휘될지 확인할 수 있는 첫 시험지”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복당 문제와 관련한) 당내 의견을 살펴볼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