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13억8000만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에서 하루 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9만여 명이나 늘었다. 인도 당국은 “검사 규모가 커져 확진자도 늘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도 시민들은 정부가 세계 최다 불명예 기록을 깨고서도 변명으로 일관한다고 쓴소리를 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인도의 전날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9만632명을 기록했다. 지난 3일 8만 명대로 늘어난 신규 확진자 수가 불과 3일 만에 9만 명대에 진입한 것이다. 이미 인도는 지난달 30일 7만8761명이 새롭게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미국의 하루 세계 최다 확진자 기록을 뛰어넘은 바 있다.
이로써 인도의 누적 확진자 수는 411만3811명으로 2위 브라질(412만3000명)에 바짝 다가섰다. 643만1152명인 1위 미국과는 여전히 큰 격차지만, 이들 국가의 하루 감염 증가추세가 3만∼5만 명대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인도만 유일하게 폭증을 이어가고 있다.
확진자뿐만 아니라 누적 사망자도 7만626명으로 전날보다 1065명 늘었다. 코로나19 현황 실시간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의 전날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루 사망자 1000명을 넘은 국가는 인도가 유일하다.
하지만 인도 보건당국은 심각한 상황을 통제하는 것보다 변명에 더욱 주력하는 모양새다. 확진자 폭증세에 대한 언급 없이 회복률(77.2%) 증가세와 낮은 치사율(1.7%)만 연일 강조하는 게 대표적이다. 게다가 인도 보건부는 공식 홈페이지에 누적 확진자 수를 뺀 환자, 완치자, 사망자 수만 발표한다.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총리도 전날 “최근 검사 수를 두 배로 늘리면서 확진자 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도 연방정부는 지난 7월 말 4만 명대 확진자 발생이 이어질 때도 “지역사회 전파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이러한 보건당국의 태도는 방역보다 위기에 빠진 경제에 더욱 방점을 찍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의 방침과도 궤를 같이한다. 올해 2분기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1996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23.9%를 기록했다. 정부가 이달 들어 지하철 운행을 재개하고, 250만명이 치르는 의·공대 입학시험을 강행하는 등 통제 완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연방정부는 더 나아가 주정부의 자체적인 봉쇄까지 통제할 정도로 방역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9만 명이 코로나19에 걸리고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어가도 방역이 경제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인도 시민들은 SNS에 “다른 나라들이 성공적으로 코로나19를 막는 사이 우리는 왜 못하는 것이냐. 납득할 수 없는 정부”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확진자 증가세를 스포츠 경기에 빗대 “축하한다. 인도는 브라질과의 준결승에서 이겼다”며 “이제 목표는 결승에서 미국마저 이기는 것이다. 우리는 확실히 승리할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