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 간 인수·합병(M&A)이 사실상 공식 결렬 발표만을 남겨두게 되면서 업계는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에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기 어려운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계열사 직원 약 5000명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회사 미래에 시름이 더욱 깊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이 이주 HDC현산에 M&A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재무 정상화를 위한 플랜B를 발표할 예정이다. 플랜B로는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약 2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등이 거론된다. 채권단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은은 금호산업(지분율 30.79%) 대신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지분율 약 37%)가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본격적으로 채권단 관리 아래 들어가면 인력 구조조정이나 경영진 교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업황 회복이 요원한 탓에 단기간에 다른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서다. 업계 관계자는 “감염병이 진정되기까진 채권단 관리 아래서 조직 슬림화를 중심으로 한 사업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본사는 인력 구조조정이 없거나 소규모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의무적으로 관련 조항에 따라 6개월간 근로자 90% 이상을 고용해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에 있는 직원 4700여명이다. 기안기금을 수혈받은 기업은 지원 기간에 계열사에 자금을 나눌 수 없다. 채권단은 자회사를 분리매각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계열사 직원들은 빅딜 무산 이후 회사 처지가 어떻게 바뀔지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 직원 9000여명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은 이미 올 초부터 각종 자구안에 허리띠를 잔뜩 조인 상태”라며 “추가 인력감축이 이뤄지면 이미 2016~2018년 저강도 구조조정을 겪었던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전 직원들은 지난 4월부터 월 15일 이상의 휴직을 진행해 근무 인력의 50%로만 업무를 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항공업계 전체의 생사기로가 불안한 상황인데 아시아나항공은 오너십이 오랫동안 부재했다”며 “자산 매각이든 사업 재편이든 책임 있는 결론이 신속히 나와서 불확실성을 끝내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