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자유우파 집결” 떠도는 개천절 집회 포스터

입력 2020-09-06 15:26 수정 2020-09-06 17:33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지고 있는 개천절 집회 예고 포스터(왼쪽). 오른쪽은 광복절 광화문 집회 당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광복절 광화문 집회 등으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또 한 번의 서울 도심 대규모 집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보수성향 단체들이 개천절인 내달 3일 집회를 신고한 탓인데, SNS를 통해 관련 포스터까지 퍼져나가고 있어 서울시와 경찰이 경계 중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을 배경으로 한 포스터 이미지 한 장이 공개됐다. 여기에는 ‘문재인 퇴진’ ‘Again10.3 14:00’ ‘자유우파 집결’ ‘연단 없는 여행용 캐리어 앰프 팀별로 연사 준비’ ‘핸드폰 off’ 등의 문구가 큰 글씨로 적혀있다. 개천절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참가를 독려하는 듯한 홍보물로 보인다. 다만 주최 측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게시물이 확산되자 광복절 광화문 집회 사태와 비슷한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는 지난 2일 코로나19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발언을 주목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코로나19 사태가 정부의 사기극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부정, 거짓 평화통일로 국민을 속이는 행위를 하면 한 달 뒤부터는 목숨을 던지겠다. 저는 순교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한 달 뒤’가 개천절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전 목사는 지난해 개천절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 포스터를 특정 조직이 제작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집회 분위기를 부추기려는 소수의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복절 집회 당시 버스 임차·신문광고 등으로 전국 각지의 참가자 상경을 주도한 단체들 사이에서는 아직 특별한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과 자유연대 등 일부 보수단체는 개천절 당일 서울 종로구·중구 일대에서 집회를 열겠다며 집회 신고를 냈다. 국본은 을지로입구역 근처를, 자유연대는 광화문 광장 주변과 경복궁역 인근 등 총 4곳을 집결 장소로 지정하고 수천~수만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는 주장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권을 요구하는 우리공화당 산하 천만인무죄석방본부도 세종로와 효자치안센터 인근에서 3만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예고했었다.

경찰은 지난 4일 이를 모두 반려했고 해당 지자체도 집회 금지 통보를 내린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와 경찰은 끝까지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개천절 집회 신고를 한 이들은 최근 1~3년가량 주말마다 집회를 신고해온 단체들”이라며 “강행하겠다는 것보다는 집회 금지가 풀리는 등 상황 변화에 대비해 장소를 선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랑제일교회 등과 함께 광복절 집회를 준비했던 자유연대 역시 “감염병 단계가 내려갈 수 있으니 일단 신고한 것”이라며 당장 집회를 강행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달 법정까지 간 끝에 을지로입구역 인근 집회를 허가받은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는 “개천절의 경우 추석 연휴이기도 해서 집회를 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