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부동산114등 부동산정보업체(CP)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카카오의 시장진입을 막은 네이버에 과징금 10억32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조성욱 위원장 취임 직후 출범한 정보통신기술(ICT) 특별전담팀의 의미있는 첫 제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3년 전 조사를 시작한 사건을 늑장 처분한 사건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한다는 지적이다.
네이버는 2013년부터 부동산 매물정보 제공 서비스를 CP와 제휴해 매물정보를 제공했다. 공인중개사로부터 직접 매물정보를 받던 카카오는 네이버처럼 사업모델을 바꾸기 위해 2015년 2월 네이버와 제휴한 8개 업체 중 7개와 제휴를 추진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제3자 정보제공 금지 조항을 통해 자사와 계약을 맺은 CP의 카카오 제휴를 막았다. 공정위는 이런 네이버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 행위로 카카오 부동산 사이트 방문자 수가 줄었고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2018년 4월 이후 부동산 서비스를 ‘직방’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네이버는 “허위매물을 없애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확인매물서비스를 도입했고 카카오가 이에 무임승차 하려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네이버는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낼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ICT분야 특별전담팀 출범 이후 제재 결론을 내린 첫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조 전 위원장 시절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조사에 전력했던 공정위는 조 위원장 취임이후 네이버 등 플랫폼 불공정행위 감시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첫 성과물이 이번 네이버 제재인 셈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2018년 1월에 조사가 시작된 사건이다. 3년 가까이 사건을 제때 처리하고 못하다가 이제야 털어낸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전문가 출신인 조 위원장이 플랫폼에 꽂힌 것 같다”면서 “그 분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공정위 칼날이 김 전 위원장 때에 비해 무뎌졌다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 움직임에 대한 대기업들의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김성근 서비스업감시과장은 “이 사건은 2017년 국감때 지적이 있어 2018년1월 조사가 시작된 사건”이라며 “늑장처리라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