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재난지원금 논란 가운데 ‘승부사’ 이재명이 얻은 것

입력 2020-09-06 14:49 수정 2020-09-06 15:03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대표.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지사는 6일 “국민 불안과 갈등, 연대성 훼손 등 1차와 달라진 2차 선별 지급의 결과는 정책 결정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위험할 수 있다”며 “수많은 경우의 수와 대안을 꼼꼼하고 세심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기로 사실상 확정한 가운데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 지사는 그간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해 왔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2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선별 지급될 거라는 보도들이 나간 이후 한숨과 원망으로 밤새 뜬눈으로 지새운다는 분들 얘기를 참 많이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는 “저 역시 이들의 고통과 절망을 잘 알기에, 또 다른 이유로 잠들기 어려웠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위기에 처한 우리 국민들의 삶의 무게를 함께 덜고 일어서기 위한 것이라면 선별 지급 기준에서 소외된 분들이 버티고 있는 그 무게는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감당하지 못해 발생하는 그 원망과 분노는 어떻게 감싸안고 가야 할지, 1370만의 삶을 책임지는 행정 최고책임자로서 지금도 깊이 고뇌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당과 정부의 입장에 대해 분명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이 눈에 보이는 쉬운 길을 말하지만 저는 무겁고 아픈 현실을 외면하며 낙관적인 미래만을 말할 순 없다”며 “이 또한 정부·여당에 대한 저의 충정이자 관료로서 의무”라고 했다.

다만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결정을 수용할 뜻도 밝혔다. 그는 “저 역시 정부의 일원이자 당의 당원으로서 정부·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며 “이는 변함없는 저의 충정이다. 아울러 국가 지원책이 국민들께 신속하게 파고들 수 있도록 최전선에서 집행을 지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보수 언론과 세작들은 더 이상 저의 견해를 ‘얄팍한 갈라치기’에 악용하지 말라”고 했다.

이를 두고 이 지사가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두고 이 지사 본인이 민주당·정부와 마찰을 빚었지만 이를 언론과 일부 세력의 탓으로 넘겼다. 당과 정부를 향한 본인의 충정을 강조하면서도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히면서 ‘국가재정을 펑펑 쓴다’는 비판을 피했다. 동시에 ‘어쩔 수 없었다’는 뉘앙스로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을 원하는 이들의 마음까지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 지사는 이번 국면에서 잃은 게 없다는 것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