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생 사망에 디지털교도소 “음성파일 있다”…진실공방

입력 2020-09-05 21:36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

성범죄자나 강력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등록된 고려대학교 재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 측은 숨진 학생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정보가 올라왔던 대학생 A씨(21)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을 했고 범죄 혐의점이 없어 변사 처리했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히지 않았다.

A씨는 생전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고파스’에 자신의 신상정보가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왔으나 결백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전화번호, 이름은 내가 맞다”면서도 “그 외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된 정확한 내용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7월 A씨가 ‘지인능욕’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캡처와 그의 신상정보를 지난달 12일 게시했다. 지인능욕은 지인의 얼굴에 음란사진을 합성해 인터넷상에서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교도소는 A씨가 7월 6일 텔레그램에서 22세 지인에 대한 지인능욕을 요청했고, 피해자 측이 이를 디지털 교도소에 제보하자 자신의 전화번호와 반성하는 요지의 음성파일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성파일, 텔레그램 대화 화면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

A씨는 이와 관련해 고파스 글에서 “지난 7월 8일 오후 11시쯤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 URL(인터넷주소)을 누른 적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모르는 사람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준 사실도 있다”며 “아마 휴대전화 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디지털 교도소 측은 “지인능욕을 요청한 날짜는 7월 6일이고 사과문 음성파일을 보낸 날은 7월 8일로, A씨가 누군가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줬다고 주장한 하루 동안 벌어진 사건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음성파일을 피해자와 주변 지인들에게 확인한 결과 ‘A씨가 확실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니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업체에서 텔레그램 설치내역, 삭제내역, 인증문자내역 등을 확인해 달라”며 “거짓 주장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고려대 ‘에브리타임’에는 A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디지털 교도소를 비난하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A씨가 소속된 학과 학생회는 “A씨의 억울함을 풀고 사실관계를 파악해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A씨가 사망하기 전 디지털 교도소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서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파악을 위해 국제공조를 통해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