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흰머리카락이 한 두개씩 섞여나는 이른바 ‘새치(Premature graying)’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20, 30대 젊은층에도 적지 않다.
무심코 넘기기 쉬운 이 새치가 비록 드물긴 해도 몸에 심각한 병이 생겼음을 알리는 위험신호일 수 있다. 갑상선 기능 항진이나 저하증, 당뇨병, 신장병, 빈혈 등이 있을 때 갑자기 새치가 증가할 수 있다.
흰머리는 모낭의 멜라닌세포 합성능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난다. 멜라닌세포 수가 감소하거나 색소 합성에 필요한 효소의 활동성 감소, 모낭 가장자리에 있던 멜라닌 세포들이 가운데로 이동하지 못하게 되는 것 등이 원인이다. 갑상선 질환과 당뇨병, 신장병 등은 신진대사에 나쁜 영향을 줘 이런 현상을 촉진하게 된다.
물론 젊은이의 새치는 대부분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질, 즉 유전 성향 때문이다. 여기에 두피의 혈액순환과 모낭으로의 영양 공급을 방해하는 스트레스, 과도한 다이어트, 불규칙한 식사, 편식이 방아쇠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갑자기 새치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 때는 우선 그것이 병적인 현상이 아닌지 살펴본 뒤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있는 식생활, 충분한 수면 등과 함께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새치가 생겼다고 계속 뽑는 게 방법일까? 새치가 있다고 물리적인 힘으로 머리카락을 자꾸 뽑으면 오히려 ‘견인성 탈모’가 생길 수 있다.
새치는 가급적 뽑지 말고 잘라주거나 염색을 하는 것이 좋다. 새치를 뽑으면 두 배로 난다는 속설은 사실과 다르다.
머리카락은 생존 기간이 3년에서 6년이다. 머리카락 수는 약 10만개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하루에 0.2~0.4㎜ 정도씩 자란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약 1㎝정도 자란다.
하지만 모발이 평생 자라는 건 아니다. 머리카락 역시 성장과 탈락을 반복하는데, 2년에서 6년 정도 주기로 일생동안 반복된다. 성장 주기는 다음과 같이 3단계로 나뉜다. 모발이 자라는 시기인 성장기, 성장이 멈추고 모발을 만들어내는 모구부가 퇴화하는 퇴행기, 모낭의 활동성이 정지된 상태인 휴지기다. 이후 자연 탈모가 되는 탈락기가 이어진다. 모발은 이런 주기를 반복하며 모발의 길이를 조절하고 부적절하거나 건강하지 않은 모발을 건강한 모발로 교체한다.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는 5일 “새치가 생겼다면 뽑지 말고 가위로 잘라주거나 염색을 해주는 것이 좋다. 모낭은 태어나면서부터 그 수가 결정돼 있고 두피에 있는 모공 하나에서 평생 나는 머리카락은 25~35개 사이로 한정돼 있다. 머리카락을 자꾸 뽑다보면 모공이 빠르게 소실되거나 모근도 약해지면서 탈모 발생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흰색으로 변한 모발을 다시 검정색 모발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새치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염색으로 흰색 모발을 가릴 수 있다. 다만 머리 염색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염색약의 주성분인 파라페닐렌디아민(PPDA)에 의한 접촉 피부염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모발에 잘 침투되고 발색이 뛰어나 염색이 잘되도록 돕는 성분이지만 접촉 피부염을 발생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염색 후 두피의 가려움과 진물, 붉어짐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첩포검사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첩포검사는 원인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등에 붙여 반응을 조사하는 검사다. 의심되는 물질을 부착하고 48~72시간이 지난 후에 제거해 등에 홍반이나 물집이 생겼다면 그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판단한다.
한 교수는 “처음 염색할 때 부작용이 없었다 하더라도 염색을 지속하는 경우 접촉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 염색 후에 두피의 가려움이나 붉어짐이 생기는 경우 병원을 찾아 첩포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면서 “파라페닐렌디아민이 들어 있지 않은 염색약을 쓰거나, 머리나 얼굴, 목덜미에 피부염이 있는 경우 가급적 염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