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법 시행·전자발찌·알림e 앱에도 출소가 걱정되는 이유

입력 2020-09-05 05:54

8세 여아를 잔혹하게 성폭행한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일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성범죄 알림e’사이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도입된 ‘조두순 법’도 이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다양한 조치에도 재범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조두순 사건은 2008년 12월 11일 경기도 안산에서 등교 중이던 초등학교 1학년 나영이(가명)를 조두순이 인근 교회 화장실로 납치한 뒤 성폭행한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을 샀다. 나영이는 신체가 훼손되고 성기와 항문 등 생식기의 80%가 파열되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이를 방치한 채 도주했다.

검찰은 범죄의 잔혹성과 전과 18범인 조두순의 전과를 고려해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범행 당시 조두순이 술에 취했었다면 주취감경을 적용해 징역 12년형을 확정했다. 그는 전자발찌 착용 7년과 신상공개 5년을 함께 선고받고 현재 포항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당시 조두순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흉악사범의 얼굴 등을 가리지 않도록 하는 ‘특정강력경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 2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2011년 9월 처음 시행됐다. 특히 지난해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조두순의 가족이 피해자의 집과 1㎞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사는 것이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99일 뒤인 12월 13일 출소하면 조두순은 7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한다. 또 5년간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각종 신상 정보가 공개된다. 하지만 전자발찌나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는 근본적으로 성폭력을 막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행법은 소극적으로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는 지역별로 성범죄자의 거주지, 이름, 사진 등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사이트로 여성가족부와 법무부가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공동 운영 중이다. 미성년자가 거주하고 있는 가정이나 학교, 유치원 등에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우편으로 고지한다. 다만 성인 여성이 거주하는 가구는 우편 고지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성범죄자 알림e’ 웹사이트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한데 성범죄자가 어떤 건물에 사는지는 알 수 있지만 구체적인 호수는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공개’와 ‘고지’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공개’는 일반 국민 누구나 조회할 수 있는 것이고 ‘고지’는 행정동에 성범죄자가 전입‧전출했을 때 19세 미만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세대주에게 제공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성범죄 피해자도 가해자의 상세주소를 별도 공지 받지 않고 있다. 다만 성범죄자가 전입‧전출할 때만 주민센터 게시판에 30일 동안 상세주소를 고지하도록 돼 있다.

확인한 신상정보를 인터넷 등 정보통신방에 유포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2016년엔 지인에게 ‘성범죄자 알림e'에 고지된 신상정보 화면을 캡처해 보냈다가 벌금 300만원 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 때문에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16일부터 시행 중인 조두순법에 포함돼 있는 전담관리 제도도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전담관리 제도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는 출소 후 1대1 보호관찰을 받아 특정인에게 접근할 수 없고 매년 심사에 따라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제도다. 시행된 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현장에선 시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법안만 통과되고 전담관리 인력 충원 요청은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무부에 따르면 1대 전담관리 필요한 대상자는 192명이지만 인력 부족으로 24명에 대해서만 보호관찰관이 한 명씩 맡아 관리하고 있다. 이들 보호관찰관도 기존 전자발찌 감독자 237명 가운데 차출된 인원으로 알려졌다. 전담관리 체계도 미비해 보호관찰의 업무 외 시간엔 2~4명으로 꾸려진 신속대응팀에서 대상자 24명의 관리를 잠시 대행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호관찰관이 최대한 업무를 길게 하고 수면시간 등 기본적인 휴식시간 동안에만 대응팀에서 대신 모니터링을 봐주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이유로 재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5년간 잔자발찌를 차고도 비슷한 성범죄를 저지른 재범률은 평균 2.1%로 제도 도입 초기인 2011년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국민청원에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봇물이 터지듯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6일 올라와 답변까지 받은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은 현재까지 61만5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이 이와 관련해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현행법상 재심 청구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지난 7월 30일엔 ‘악마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도 올라왔다. 해당 청원인은 자신을 ‘13살의 학생’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조두순이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한 말이 내가 출소하게 되면 인천, 대구, 신내동 등을 오고, 부모님을 찾아가 복수를 하겠다”라고 말했다며 걱정했다. 지난달 27일에도 ‘올해 12월 13일, 모두의 공포 대상인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주목받았다. 이 청원은 5일 현재 55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