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전공의들과 사전 교감 없이 정부·여당과 공공의료 정책 관련 법안 내용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하자, 최 회장의 SNS에 비난글이 쏟아졌다.
최대집 회장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에서 ‘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치’를 원점 재논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최 회장이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공의들 파업 지속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고 쓴 게시물에 6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전공의로 추정되는 A씨는 “힘들게 싸우는 후배들의 등에 칼을 꽂는 건가”라며 “이제까지의 모든 비난을 감수하며 해온 투쟁을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리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B씨도 “꼭 이래야만 했느냐”라며 “젊은 의사들의 상실감은 어찌 감당하려고 합니까”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젊은 의사들에게 모든 걸 넘겨라”, “당신이 뭔데 전공의 투쟁으로 시작한 파업을 정부와 마음대로 졸속협상하나” 등 최 회장을 비난하는 댓글이 줄이었다.
“전공의 뒤통수에 총알을 날렸다”, “감방 대신 간다 하지 않았냐”, “프락치였냐” 거친 표현들도 올라왔다.
전공의들이 반발이 커지자 최 회장은 이날 대회원 담화문을 통해 “의료계가 분열돼선 안 된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최 회장은 담화문에서 “이제 조건 없는 복귀와 구제가 가능해졌다”며 “선배들을 믿고 진료현장으로 돌아가 줄 것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범의료계 투쟁위원회에서 의결된 의료계 단일안을 갖고 여당에 의사를 타진하면서 저 역시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철회’라고 하는 두 글자를 얻는 과정에서 얻게 될 것과 잃게 될 것을 냉정하게 고민하고 설령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협회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고발 조치된 전공의를 비롯해 보건복지부가 고발을 미루고 있는 수백명의 전공의, 오늘을 마지막으로 시험의 기회를 잃게 될 의대생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젊은 의사, 의대생 여러분의 숭고한 투쟁과 놀라운 성과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원하는 올바른 의료환경, 합리적인 의료제도는 투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라며 “젊은 의사들이 일궈낸 소중한 성과를 반드시 가시적인 결과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합의안에 대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면서 합의문 이행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공의, 의대생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까지의 협상 및 합의 과정에서 일어난 절차적 문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최대집 의협 회장과 범투위(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 협상 실무단에 사실관계 확인과 해명을 요청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의협과 여당, 정부가 합의했다는 소식에 내부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반발해왔다.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저를 포함한 대전협 집행부와 전임의협의회, 의대협 등은 전혀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연주 대전협 부회장 역시 “의협과 여당의 협상 과정에서 대전협이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단 한명의 전공의, 의대생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는 단체 행동을 멈출 수 없다”며 “올바른 의료를 위해 싸워온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누구보다 분하지만, 현재의 합의문이 어떻게 이행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도록 하겠다”며 “모든 전공의가 하나 되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의협도 잊지 말라”고 전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