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으로 숨 쉰다고…” 입장 거부당한 폐암 할머니의 눈물

입력 2020-09-05 08:25
일레인 아르보우. 데일리메일

캐나다의 한 암 환자가 기관절개술 후 목에 난 숨구멍을 덮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업장 입장을 거절당한 뒤 방역과 장애인 차별이라는 주장이 엇갈리며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지난 2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사는 남성 길버트가 페이스북에 올린 어머니 일레인 아르보(67)의 억울한 사연을 전했다.

사연에 따르면 길버트의 어머니 아르보는 과거 폐암으로 호흡이 어려워져 기관절개술을 받았다. 기관절개술은 폐로 공기가 들어가도록 목에 작은 구멍을 만드는 수술이다. 일반인은 코와 입을 마스크로 막아도 호흡이 가능하지만 아르보는 목에 난 숨구멍을 막으면 호흡이 불가능하다.

CTV 뉴스 캡처

지난달초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찾은 빙고홀(빙고, 슬롯머신 등이 있는 성인 오락시설)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목구멍을 막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아르보는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서만 지내다가 지난달 오랜만에 친구들과 동네의 빙고홀에서 뭉치기로 약속을 잡았다. 아들인 길버트에 따르면 아르보는 평소 빙고홀에서 친구들과 여러 게임을 즐기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길버트는 “코로나 때문에 어머니가 6개월 동안 집에서만 지냈기에 밖에서 친구들과 만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빙고홀에 도착했을 때 매니저가 그녀를 막으며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당황한 일레인이 그 이유를 묻자 매니저는 “마스크로 숨구멍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빙고홀 매니저가 일레인의 목구멍을 가려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일레인 씨의 핸드폰 동영상 캡처.

그녀는 매니저에게 “이 구멍이 열려 있어야만 숨을 쉴 수 있다. 이건 나만의 호흡 방식이다”라고 설명했지만, 직원은 “절대 안 된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아르보는 매니저의 명령으로 건물 밖으로 쫓겨났다. 아들 길버트는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 자리에서 떠났고 집에서도 울었다”고 전했다.

이후 아르보가 온타리오주 복권·게임협회에 연락해 항의하자 협회 측에서는 호흡 구멍에 상관없이 그녀가 빙고홀에 입장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길버트는 “주말에 어머니가 빙고홀을 한 번 더 방문했지만 또다시 입장을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이번에는 다른 매니저가 그녀를 막아섰고 아르보는 매니저가 설명하는 장면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다. 영상을 보면 직원은 “이 건물은 개인의 사유재산이다. 고객들은 직원이 요구하는 규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르보는 두 번째 문전박대에 또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어머니가 겪은 수모를 알게 된 아들 길버트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캐나다 매체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사건을 공론화시켰다.

길버트는 페이스북에서 “우리 불쌍한 엄마는 수술을 받아 목소리가 없다. 이 일이 더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엄마와 같이 분노해줬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된다”고 밝혔다.

사건은 빙고홀 본사 ‘델타 빙고’의 캠 존스턴 최고경영자(CEO)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는 지난달 23일 캐나다 CTV 뉴스 토론토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곧 판단을 내리겠지만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사람은 빙고홀에 오지 않는 게 좋다. 그게 그들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빙고홀 측이 질병을 이유로 고객을 차별했다는 주장과 코로나19 집단감염 방지를 위한 예방수칙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이 서로 갈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송다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