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는 ‘강한 태풍’, 열흘 새 3개…왜 자꾸 오나

입력 2020-09-04 16:57 수정 2020-09-04 17:10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빠져나자마자 10호 태풍 ‘하이선’이 우리나라를 향해 북상 중이다. 앞서 제8호 태풍 ‘바비’도 우리나라를 지나며 영향을 미쳤다. 열흘 새 잇달아 발생한 ‘매우 강’한 태풍 3개가 모두 우리나라를 치고 지나가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발생 태풍 10개 중 4개 한반도 영향

4일 기상청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올해 처음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제5호 태풍 장미(8월 10일)다.

이후 제8, 9호인 태풍 바비(8월 27일)와 마이삭(9월 3일)이 한반도를 치고 갔다. 이어 제10호 하이선(9월 7일 예정)까지 우리나라에 북상하게 되면 올해 발생한 태풍 10개 중 4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게 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가 잇달아 발생하는 태풍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아주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12년과 지난해에도 올해처럼 연속 3개의 태풍을 맞았다. 지난해의 경우 제8,9,10호 태풍인 프란시스코, 레끼마, 크로사가 8월 6~16일 열흘 새 한반도에 영향을 끼쳤다.

앞서 2012년에는 9월을 전후로 제14호 태풍 볼라벤과 15호 덴빈(8월 30일), 16호 산바(9월 17일) 등 태풍 3개가 우리나라에 연이어 상륙했다.

올해 3연속 태풍 모두 ‘매우 강’하고 한반도 직접 타격

그런데 올해 상황에 대한 우려는 특히 높다. 이유는 강도와 경로에 있다.

지난해의 경우 태풍 3개가 잇달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피해가 크진 않았다.

당시 프란시스코의 올해 9호 태풍인 마이삭처럼 경남 거제와 부산 인근 남해안에 상륙했지만, 중심기압 992헥토파스칼(hPa), 중심 최대풍속 초속 20m(시속 72㎞), 강풍 반경 100㎞인 소형 태풍으로 세기가 약했다.

이어진 레끼마의 경우 중국 본토 상륙 후 중국 연안 해상을 따라 북상했고 크로사는 일본 서쪽 지역을 관통해 독도 동쪽 해상으로 빠져나간 덕에 한반도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앞서 2012년의 피해는 지난해보다 컸다. 태풍들의 강도가 중~강의 중형급 태풍이었기 때문이다. 볼라벤과 덴빈, 산바 등 3개 태풍이 끼친 피해는 모두 1조원에 달했다.

이와 비교할 때 올해 한반도를 향한 태풍 세 개의 위협은 더 크다.

바비, 마이삭, 하이선의 강도는 모두 ‘매우 강’에 해당하는 데다 경로도 한반도를 거치기 때문이다.

태풍 바비는 서해상으로, 마이삭은 동쪽으로 살짝 치우쳐 빠져나갔음에도 이들이 몰고 온 강한 비바람에 전국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인명피해까지 나왔다. 또 12만여 가구가 강풍에 정전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원전이 정지하고 항공기와 열차 운행이 중단됐으며, 도로도 끊겨 교통통제가 속출했다.

현재 북상 중인 하이선은 역시 ‘매우 강’의 강도를 가진 태풍인데다 경로가 내륙을 관통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우려는 더욱 큰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6일부터 태풍 영향권에 접어들어 7일 오전∼오후가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3일 오전 9시 기준으로 공개된 태풍 '하이선' 예상 이동 경로.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본 규슈와 한국 사이 ‘태풍 길’ 열린 탓

올해 유독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기상청 국가태풍센터는 “7월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넓게 확장돼 상승기류가 발달하지 못하면서 태풍이 한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8월이 돼 북태평양 고기압이 물러나면서 태풍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특히 그동안 축적된 열에너지로 태풍이 단시간에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월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넓게 확장됐던 여파가 8월에 몰린 셈이다.

센터는 “북쪽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온 가운데 현재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본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면서 “그 가장자리에 위치한 일본 규슈와 우리나라 쪽으로 태풍의 길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높은 온도의 해수면이 넓게 형성돼 있어 태풍의 강풍 반경도 크고, 강도도 세졌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하이선 이후 잇달아 추가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센터는 “올해 남은 기간에도 태풍의 에너지원인 열이 축적되면 또다시 태풍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처럼 짧은 시간 내 또다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태풍 발생과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태풍 발생 이후에나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