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성착취물 구매자 신상공개 결국 무산됐다

입력 2020-09-04 16:50 수정 2020-09-04 17:46
'N번방' 성착취 영상물 구매 및 불법촬영, 아동 성착취 영상물 제작 등의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A(38)씨가 지난 7월 3일 오후 강원 춘천경찰서 정문 앞에서 고개를 숙인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램 ‘n번방’에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구매해 경찰이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던 30대가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뒤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4일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38)씨의 첫 공판이 열렸다.

이씨는 2014∼2015년 마사지업소에서 카메라로 타인의 신체를 동의 없이 수차례 촬영하고, 2017∼2020년 아동·청소년에게 대가를 주고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갖는 등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3510개를 소지하고, 아동의 신체 중요 부위를 손으로 때리는 등 성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도 받는다.

이씨 측은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으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신체를 손으로 때린 사실이 전혀 없고, 사전 합의에 따라 오히려 가학행위를 당하는 입장이었으며 이는 피해자가 원해서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며 부정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당시 오랜 유학 생활로 인해 성을 일찍이 접했고, 성적 가치관과 판단력이 충분히 형성되어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었다”며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씨의 신상공개 여부도 관심을 모았다. 공개가 이뤄지면 n번방 성 착취물 구매자로서는 첫 사례가 되는 만큼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법원이 이씨가 낸 신상공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공개는 무산됐다.

앞서 지난 7월 경찰은 ‘갓갓’ 문형욱(24)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은 ‘켈리’ 신모(32)씨로부터 성 착취물을 구매하고 단독으로 여러 성범죄를 저지른 이씨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송다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