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학 폐교는 ‘정해진 미래’입니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고 있어 사라지는 대학은 앞으로 더 많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경쟁력이 부족한 대학은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부실한 대학도 누군가에는 생계가 달린 일터입니다. 연쇄적인 대학 폐교는 사회적 문제가 될 것입니다. 국민일보 취재팀은 대학이 폐교되는 현장을 살펴보고 5회 기획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첫 회에서는 8월 31일 문을 닫은 동부산대학교의 마지막 한 달 이야기를 두 차례로 나눠 전합니다. 이번 기사는 그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8월 14일 오후 1시쯤부터 조용했던 동부산대 캠퍼스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방학인데다 폐교 소식에 학생이 한 명도 없던 며칠 전과 다른 풍경이었다. 학생을 태운 택시가 교문 안까지 줄 지어 들어왔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생활관 1층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편입학설명회가 오후 1시30분부터 생활관 1층 강당에서 열렸다.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장학재단이 설명회를 주관했다. 당장 어느 학교로 어떻게 옮겨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학생 270여명이 설명회에 참석했다.
폐교 D-17, “너무 어려워… 학생 여러분, 고맙습니다”
홍수현 총장이 연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학교 형편이 너무 어려워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셔틀버스도 운영 못하고 식당도 사라지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남아서 학업을 지속해 준 여러분들이 참 대단하고 고맙습니다.” 그는 울먹이면서도 끝까지 인사를 마쳤다.동부산대 재학생 444명과 휴학생 317명 등 재적생 761명은 부산·울산·경남지역 동일·유사학과에 같은 학년으로 특별편입학이 이뤄진다. 폐교를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자동차과 배모(24)씨는 “친구들하고 근처 대학을 가는데 오히려 더 좋은 대학을 가게 돼서 좋다”고 말했다. 학교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전공 실습이나 편의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에 차라리 폐교가 더 낫다는 얘기였다. 유아교육과 김태희(25)씨는 “새로운 학교에 가서 또 적응하고 공부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며 “모교가 사라진다는 것도 슬프고 친구들과도 헤어지게 되는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 일부 만학도는 폐교 절차가 너무 성급하게 진행됐다며 교육부 직원들에게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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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유나 기자, 권기석 권중혁 방극렬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