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빡빡 닦아도…” ‘20대 침뱉남’ 피해자들의 분노

입력 2020-09-04 16:25
게티이미지뱅크(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 페이스북 캡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여성들에게 침을 뱉고 다닌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과거 피해자들이 쓴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중랑구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에는 자전거를 탄 남성이 침을 뱉고 도망갔다는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작성자는 “정말 어이없는 일을 겪어 제보 드린다”며 “최근 중랑구에 자전거 타고 가면서 사람들한테 침 뱉는 사람이 있다는 글을 봤다. 저도 만났다”고 했다.

작성자는 이날 오후 5시55분쯤 상봉역 한국관 나이트 근처를 지나갔다. 그 때 반대편에서 따릉이 자전거를 탄 남성이 달려 오고 있었다. 그는 “길이 좀 좁을 것 같아 자전거가 지나갈 수 있게 옆으로 비켜줬다”며 “그런데 지나가면서 저한테 침을 뱉고 갔다. 제가 욕하니까 뒤에서 힐끔힐끔 쳐다보더라. 그런 것에 희열을 느끼는 변태 같았다”고 했다.

그는 “평소 같았으면 그냥 기분 나쁠 일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대유행 조짐이 보인다. 이 시기에 마스크를 안한다는 것은 둘째 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침을 뱉는 행위는 정말 상식 밖”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 다른 분들은 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인상착의를 말씀드린다. 땀에 흠뻑 젖은 회색 반팔티에 안경, 그리고 더벅머리였다. 자주 출몰하는 것 같으니 조심해달라”고 당부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5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자신도 똑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글도 다수 보였다. 한 네티즌은 “저도 동생이랑 길을 가다 당했다”며 “뒤돌아서서 한참 쳐다봤다. 이런 시국에 너무 기분이 나빴다. 너무 찜찜해서 집에 오자마자 얼굴을 빡빡 닦았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 딸도 2번이나 당했다”며 “망우역 쪽에서 상봉역 쪽으로 가면서 딱딱 소리를 내더라. 어른은 아니고 어려보인다고 했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페이스북 캡처

한편 서울 중랑경찰서는 중랑구 일대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20~30대 젊은 여성들만 골라 상습적으로 침을 뱉고 달아난 혐의(상습폭행)를 받는 20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이 최초 피해자 신고를 받고 지난달 26일 A씨를 입건했을 때 알려진 피해자는 3명이었다. CCTV 분석 등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수가 총 23명까지 늘었다. 피해자 중에는 임신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장난삼아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시 A씨는 정신병력도 없었고 범행 당시 술을 마신 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