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매체 “트럼프, 미군 전사자에 ‘패배자’ 막말했다”

입력 2020-09-04 15: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미군 장병들을 ‘패배자’라고 지칭하는 등 막말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대전 종전 100주년이었던 2018년 11월 프랑스 방문 당시 악천후를 이유로 엔-마른 미 해병대원 묘지 참배 일정을 생략해 한동안 논란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보도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악천후로 헬기가 뜨지 못해 참배 일정을 취소했다는 해명은 거짓이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배를 강행하려 했으나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헬기가 이륙할 수 없다”며 만류했다고 해명했었다. 이 해명조차 미국 대통령이 미군 전사자를 참배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 정통한 복수의 인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 때문에 자신의 헤어스타일이 망가질까봐 묘지 참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전사자를 영예롭게 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묘지에 왜 가야 하느냐. 그곳에는 패배자들(losers)로 가득 차 있다”고 폭언까지 퍼부었다고 한다.

엔-마른 묘지는 2018년 6월 벨로 숲 전투에서 전사한 미 해병대원이 묻힌 곳이다. 당시 미 해병대는 프랑스 북부 벨로 숲에서 26일 동안 혈전을 벌인 끝에 독일군을 격퇴했었다. 이 전투에서 미군은 1800여명이 전사하고 90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엔-마른 묘지 참배를 취소하면서 미국 국내는 물론, 유럽 각국의 인사들까지 우려를 표명했다.

디애틀랜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차 대전과 관련한 지식 부족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 도중 “(1차 대전에서) 우리 편이 누구냐”고 묻는가 하면, 미국이 왜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디애틀랜틱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그 누구도 할 수 없었던 것을 이뤄낸 내가 우리 군대와 호국 영령에게 부정적인 말을 했겠느냐”며 “완전히 거짓말이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