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일본 총리 등극이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1위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신조 총리의 급작스런 사임 발표 이후 그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아베 계승’을 천명한 스가에게로 유권자들의 지지가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유권자들을 상대로 지난 2~3일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8%는 차기 총리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스가 장관을 택했다. 차기 총리 선호도 국민 여론조사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하던 스가가 1위로 수직상승한 것이다. 스가는 지난 6월 20~21일 실시된 조사에서는 단 3%의 지지를 받아 4위를 차지했다.
아베 사임 직후인 지난달 29~30일 실시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여론조사에서도 스가 장관은 11%의 지지를 받아 4위에 그쳤다.
갑작스럽게 뒤집힌 여론 판세의 배경에는 아베 총리에 대한 동정 여론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베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대응 실패, 측근 비리 등의 악재가 겹치며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다. 이 와중에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하자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눈물까지 보였던 기자회견에 동정 여론이 일면서 사임한 아베의 지지율이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회견 직후 실시된 닛케이 여론조사에서 아베의 지지율은 55%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복된 아베 지지는 “아베 정권을 확실히 계승하겠다”며 출마한 스가 장관에게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재집권하고 스가를 내각 2인자인 관방장관에 임명한 뒤 7년 9개월 내내 교체하지 않을 만큼 두터운 신임을 보냈다. 그만큼 아베와 가장 유사한 이념·정책관을 지닌 인물로 평가된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아베가 상왕처럼 스가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일본은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총재 선거에서 자민당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이 이미 스가를 지지하기로 결정해 사실상 그가 차기 총리로 결정됐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총재 선거가 당원 투표 없이 소속 국회의원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이미 의원 표의 70% 이상을 확보한 스가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민 민심까지 가져가며 ‘스가 대망론’은 날개를 달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말부터 일본 차기 총리 선호도 국민여론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렸던 ‘아베의 영원한 정적’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조사에서 2위로 내려앉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