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은경 서울시향 대표 “단원 개인레슨 전수조사 하겠다”

입력 2020-09-04 06:00 수정 2020-09-04 09:34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가 3일 서울시의회 제296회 임시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영상회의록 캡처

최근 단원의 ‘개인레슨’ 논란이 불거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강은경 대표이사가 3일 “서울시와 협의해 개인레슨 등 외부활동 관련해 단원 전수조사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의 발언은 이날 열린 제296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서 서울시향 단원들의 근태 관리 등을 질타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공무원 규정에 준하는 복무규정을 따르는 서울시향은 개인레슨 등 영리 목적의 단원 외부활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보건당국 역학조사 과정에서 서울시향 단원 A씨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인 서울예고 학생을 개인레슨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드러난 뒤 단원들의 근태 관리 문제로 이어졌다.

이날 회의에는 서울시 문화본부와 서울시향, 세종문화회관, 서울문화재단, 서울디자인재단 등 출연기관 4곳의 대표가 참석해 업무 관련 보고를 했다. 당초 서면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서울시향 단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과 그에 따른 공연 취소 및 개인레슨 문제로 인한 파문이 커지면서 직접 출연기관 대표들이 참석해 설명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날 회의의 전반부는 강 대표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 및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확진단원 관련 8월 15일 광복절 기념 음악회를 취소하기까지 의사결정이 지체된 문제와 함께 개인레슨 문제 등 서울시향 대응에 대한 질의가 많았다. 송도호 위원은 이날 강 대표에게 “확진 단원 관련해 불법과외 문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처리되고 있나”고 물었다. 강 대표는 “현재 확진 단원이 치료 중으로 격리 중이다”며 “격리가 끝나는 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해 절차에 맞게 조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현재 A씨의 업무복귀 시점은 10일쯤으로 알려져 있다. 김춘례 의원은 “겸직금지 조항을 위반한 단원의 영리활동에 대해서는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단원들에게 개인레슨 등 외부 영리활동이 금지돼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주지시켜라”고 주문했다.

단원의 개인레슨에 대한 전수조사의 필요성과 개선 등 실질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오한아 문광위 부위원장은 “서울시향은 급여 수준이 국내 국공립 예술단체 가운데 최고인데도 단원의 개인레슨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단원을 범법자로 만들며 탈세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영주 의원은 “확진 단원 외 음성적으로 개인레슨 하는 단원이 있는지 전체 실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서울시와 전수조사에 대한 방법을 논의하겠다. 국공립 예술단체에서 개인레슨과 관련한 유사한 사안이 많은데, 이들의 조처 등을 참고해 원만한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서울시와의 협의에 앞서 조직을 관리하는 대표로서 먼저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고, 강 대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어떻게 전수조사를 할지 보고드리겠다”고 다시 답했다.

의원들은 단원 개인레슨을 포함한 근태관리, 정년, 오디션, 평가제, 근로계약서, 연차수당 소송 등을 언급하며 서울시향이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2016년 서울시향 감사 이후 수년째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단원들의 연차수당 관련 지난 7월 법원에 조정신청 의견서를 내는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관련 공문을 보내지도 않은 채 위원장의 입장을 자의적으로 써낸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오 부위원장은 “지난 2년간 서울시향은 여러 문제와 관련해 컨설팅 및 연구용역을 진행했지만 어떤 것도 바꾸지 않았다. 심지어 올해 하반기에 근태에 관련해 또다시 컨설팅을 실시하겠다고 한다”면서 “서울시향이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너무 부끄럽다. 서울시향이 자율적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만큼 상급기관인 서울시 차원에서 적극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울시향이 운영과 관련해 크게 개선된 점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최근 서울시향 노사와 함께 서울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서울시향 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서울시향의 여러 문제가 실질적으로 논의되고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