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중단된 원전4기…환경단체·지자체 “불안해 죽겠다”

입력 2020-09-03 20:34
고리 원자력 발전소. 부산광역시 및 울산광역시에 걸쳐 위치해 있다. 연합뉴스

태풍 마이삭이 덮친 한수원 고리원전 내 원자로 4기가 운영 중단됐을 뿐만 아니라 고리 1·2호기에선 비상 디젤발전기도 가동된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 발전기가 가동됐다는 것은 내부 원자로에도 전력 공급이 불안정했다는 의미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한 관계자는 3일 “고장이 일어난 직후 사업자(발전소)가 실시간으로 원안위에 보고를 했다”면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전문가 5명이 이날 현장에 급파돼 고장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고리원전에서는 이날 0시 59분쯤 신고리 1호기가 가동이 중단된 것을 시작으로 신고리 2호기, 고리3호기, 고리 4호기 원자로 순으로 가동을 멈췄다.

원안위는 발전소 밖의 송전선로 문제로 자동 정지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한편, 고리 2호기와 폐로 상태인 고리 1호기는 비상 디젤발전기가 가동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이는 원자로의 전력 공급이 불완전했다는 의미이다. 해당 사실은 고리본부가 낸 보도자료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원안위 자료에는 포함돼 주민들에게 알려졌다.

고리 1호기 비상 디젤발전기 가동 이유에 대해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자료에 차이점이 있었다가 이후 일치된 것으로 수정됐다. 원안위는 ‘자동 가동’으로 애초 밝혔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은 ‘수동 가동’으로 표기했다가 이후 ‘자동 가동’으로 변경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조사가 완료된 뒤 가동 재개 시점 등을 판단할 계획”이라면서 “이번 태풍으로 인해서 있었던 여러 가지 사항들에 관해 확인하고 향후 대비하기 위해 사업자 점검도 할 계획”이라고 연합뉴스 측에 설명했다.

고장 소식이 알려지면서 환경단체와 지자체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이상기후 현상이 반복되는 점에서 핵발전소 취약성과 위험성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발전소 내뿐만 아니라 송전선로 문제로 인한 정전 등 외부전원공급 차단에도 핵발전소 정지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에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규석 기장군수도 이날 고리원자력본부를 항의 방문해 “태풍에 한꺼번에 고리원전 4기가 발전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로 주민들이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라면서 “우리 군민들이 어떻게 원전을 믿고 살겠냐”고 질타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