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바뀌지 않는 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승소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전교조가 2013년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반발해 소송을 냈을 때 대부분의 법관들은 이런 전망을 내놨었다. 해직 교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법조항이 있는 이상 정부 논리를 깨기 쉽지 않다는 해석이었다. 전교조의 소송전은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오가며 7년 가까이 이어졌다. 결국 정권교체 후에야 당시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했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내게 됐다.
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전교조는 합법노조 지위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내고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정부가 먼저 처분을 취소할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판결 취지에 따라 노조 아님 통보 처분을 취소하는 절차를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단체교섭 중단 등 법외노조 통보에 따른 불이익도 해소될 전망이다.
법외노조 통보는 보수 정부와 전교조의 갈등 국면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2010년 전교조에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고치라고 명령했다. 전교조가 따르지 않자 정부는 2013년 10월 ‘노조 아님’ 통보를 했다. 전교조는 행정소송 1~2심에서 내리 졌다. 교원노조법 2조에서 ‘근로자 아닌 자가 가입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소송을 심리한 서울고법 행정7부는 2015년 교원노조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내기도 했다. 전교조의 손을 들어 주는 듯한 결정에 법조계에 파장이 일기도 했다. 재판부의 제청에는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전교조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다는 고민이 담겨있기도 했다. 헌법재판소가 교원노조법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서울고법도 전교조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1~2심 과정에서 모두 집행정지는 전교조가 이겼지만 본 소송에서는 정부가 이기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집행정지를 인용해주기도 했었다.
법외노조 통보 재판은 이른바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도 등장했다. 그만큼 대법원과 박근혜정부 모두의 관심 사안이었다. 당시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서울고법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 후 청와대가 불만을 표시했다는 후문” “(정부가 낸) 재항고를 인용할 경우 양측에 ‘윈-윈’이 될 것”이란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날 대법원 다수의견은 교원노조법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법외노조 통보 근거가 된 시행령 자체가 무효라는 식의 논리를 구성했다. 노조법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해석은 피해간 셈이다. 문재인정부는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 기준을 따르겠다는 취지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명수 대법원’은 그간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에서 진보적 성향 판결을 잇따라 내놓지 않았느냐”며 “이번 판결도 예상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