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화 이글스, 프런트·선수단 ‘수장 대행’ 체제

입력 2020-09-03 16:46 수정 2020-09-03 16:47
양승조(오른쪽) 충남도지사와 박정규 한화 이글스 대표이사가 2일 충남 서산 한화 이글스 2군 훈련장에서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19)의 구단 내 감염 상황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 박정규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했다. 한화는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최하위로 부진한 상황에서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선수 확진자 2명이 발생하고 미온적인 대응으로 지적을 받으면서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한화는 시즌 중 경영진 수장인 대표이사와 선수단을 지휘하는 감독이 모두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파행을 겪게 됐다.

한화 구단은 3일 “박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차선임자인 사내이사 이동원 본부장이 당분간 대표 직무대행 역할을 맡는다”며 “박 대표는 부진한 팀 성적과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대처 과정에서 빚어진 논란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한화는 이날 구단 홈페이지에 임직원·선수단 일동 명의의 사과문을 올리고 “코로나19 감염이 엄중한 상황에서 구단의 안이한 판단으로 야구팬, 국민, 한국야구위원회(KBO) 및 프로야구 관계자분들에 심려를 끼쳤다. 방역 당국 관계자들과 이에 동참한 충청도민 및 대전 시민에게도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단 내 유증상자 발생 시 KBO에 즉시 보고를 해야 하지만 미숙한 업무처리로 재개된 프로야구를 다시 중단시킬 수도 있는 큰 실수가 있었다”며 “확진 선수들과 음성 판정을 받은 선수들 모두 방역 당국의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속 선수 관리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KBO가 지난 2일까지 실시한 코로나19 전수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확진자는 한화 2군 선수 2명 이외로 늘어나지 않았다. 국내 프로 선수 ‘1호 확진자’인 2군 투수 신정락은 지난달 31일, 같은 팀 2군의 육성군 투수는 지난 1일에 각각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충남 서산 소재 한화 2군 훈련장 인근 원룸형 숙소 건물 옥상에서 동료 선수들과 함께 식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수 확진자가 2명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았고, 이마저도 한화 2군 밖으로 벗어나지 않으면서 리그 중단의 최악만은 면했다. 하지만 신정락의 감염 의심 단계에서 보고를 지연한 한화의 코로나19 대응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으로 남아 있다. 신정락은 지난달 30일에 발열 증상을 나타냈지만, 한화는 양성 반응을 확인한 지난 31일 밤 9시를 넘겨서야 KBO 관계자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의 올 시즌은 여러 악재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승률 3할대를 밑돌며 최하위(10위)에 머물러 있는 순위는 반등의 동력도 찾아 볼 수 없다. 한화 선수단은 지난 6월 7일에 자진 사퇴한 한용덕 전 감독의 공백을 최원호 감독대행으로 채워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박 대표의 사의 표명으로 프런트의 공백까지 생겼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