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고구려 꿈꾸는 北, 핵무기 300개로 늘리는 중”

입력 2020-09-03 16:41 수정 2020-09-03 20:1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이 핵무기 보유수를 크게 늘려 역내 패권국이 되려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단순히 상대의 선제공격을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서 현재보다 몇 배는 증강된 핵무력을 통해 주변국과의 이해관계에서 강압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3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50~100개 사이로 추정되는 북한의 핵무기 수는 ‘억제용’ 수준을 크게 벗어나는 규모”라며 “실제 목적은 주변국에 강압적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역내 패권국’이 되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간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 이유를 미국 등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방어 목적이라고 설명해왔다. 베넷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1953년 이래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서울 등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북한은 이미 충분한 선제공격 억제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현재 심각한 대가를 치르면서도 핵무기 200~300개 보유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 정도 수준의 핵 역량을 갖춰야 주변국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핵무기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 수에 맞먹는 막대한 수치다. 북한이 역내에서 마치 고구려 왕조와 같은 위상을 차지하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는 게 베넷 연구원의 분석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자위적 수단을 넘어섰다는 분석은 미국 정가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기가 훨씬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수단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에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도 “북한 핵 프로그램은 미국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을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테리 연구원은 “결국 북한은 비공인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체제 보장은 물론이고 경제적 지원까지 받았던 파키스탄을 역할 모델로 삼고 있다”며 “북한의 최종 관심사는 옛 소련 같은 핵 강국으로 부상해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핵 폐기가 아닌) 핵 군축 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