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1주일째.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작은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밤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덮쳤다. 자가격리로 심란한 데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게 된 것이다. 지난밤 혹시 모를 태풍의 피해에 대비해 창문 단속을 단단히 하고 침대에 누웠다. 걱정이 겹친 탓인지 쉽게 잠들지 못하고 아침을 맞았다.
눈을 뜨기 바쁘게 휴대전화로 뉴스를 확인했다. 몸은 집에 묶여 있지만, 바깥세상이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랐건만 부산, 경남 피해가 커서 걱정스러웠다.
몸을 일으켜 집안 곳곳을 살폈다. 집에는 아무 피해는 없었다. 잠시 한숨을 돌리는데 갑자기 정전되었다. 순간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가뜩이나 자가격리로 짜증 나는데 정전이라니. 설상가상으로 노트북과 휴대전화 배터리마저 얼마 안 남았다. ‘미리 충전해놓을 껄’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격리 기간 간단한 회사 업무를 집에서 처리하고 있었기에 데스크에게 급히 전화해 상황을 보고했다.
다행히 아파트 비상 발전기 가동으로 거실 비상등은 켜져 있었다. 촛불을 켜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정전이 오래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일단 노트북을 급히 끄고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휴대용 배터리를 찾아 서랍을 뒤졌다. 평소에는 자주 눈에 띄었으나 오늘따라 보이지 않았다. 서랍을 여러 개 살핀 끝에 마침내 하나를 찾아냈다. 남아있는 용량을 확인하고 충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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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d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