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마이삭’이 경남, 부산, 울산 지역을 관통하면서 원전 4기가 멈췄다. 국내 전력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재가동까지는 원인 조사 및 원안위 허가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오전 12시 46분, 1시 12분, 2시 53분, 3시 2분 각각 신고리 1호기, 신고리 2호기, 고리 3호기, 고리 4호기가 자동 정지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지역사무소에서 초기사항을 파악한 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로 구성된 사건 조사단을 파견했다. 원안위는 “발전소는 안전정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소내 방사선 준위도 평상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전이 자동 정지된 것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 태풍 매미로 인해 원전은 침수 피해를 입어 가동을 멈췄다. 원안위 관계자는 “태풍 매미와 태풍 마이삭의 진로가 비슷해 유사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4기의 원전 가동이 중단됐지만 전력 수급에는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전력 수급은 단일 전력계통으로 운영되는데 여러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모두 한국전력공사에서 구매해 전국에 공급한다. 운영을 중단한 4기의 원전과 무관하게 전국 발전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어 전력 수급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전력의 추가 공급 여력을 의미하는 공급 예비율은 이날 오후 3시 29.1%로 정상 수준이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가 해당 지역에 직접 공급되는 것은 아니”라며 “해당 지역과 전국 전력 수급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가동 시기는 미정이다. 원자력발전소는 정확한 가동 중지 원인 파악 후 원안위의 허가를 받아야 다시 가동에 들어갈 수 있다. 원안위는 송전선로의 문제로 자동 정지된 것으로 추정 중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간단한 이유로 중지된 경우 1~2일이면 해결되기도 하지만 복잡한 이유가 있다면 1~2개월까지 걸리기도 한다”며 “재가동 시기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전력은 태풍 ‘마이삭’으로 전력 설비에 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복구하기 위해 종합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정전을 경험한 전국 29만4818가구 중 93.5%가 복구됐다. 한전은 “해안지역 도로유실, 일부 진입로 침수 등 일부 지역은 구간 분리 후 복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