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일시 휴직자 증가폭 금융위기의 10배

입력 2020-09-03 13:58 수정 2020-09-03 14:1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시적으로 일을 쉬는 사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최대 10배 많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일시휴직이 실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3일 ‘일시휴직자 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와 2분기 일시휴직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6만명, 73만명 증가했다. 상반기에만 119명이 늘어난 셈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1998년 3분기 일시휴직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만명 증가한 바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1분기에는 7만명이 늘어났었다. 외환위기 때는 기업도산이 발생해 대량해고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일시휴직자보다는 실업자가 대거 양산됐다.

반면 코로나19는 감염병에 따른 조업 중단 등으로 실업보다는 일시휴직자를 크게 증가시켰다. 일시휴직자는 해고 사유가 해소되면 즉각 복직이 가능한 상태라 취업자로 분류된다. 유급휴직자와 6개월 이내 복직이 가능한 무급휴직자를 포함한다.

부문별로는 대면접촉이 많은 일자리(숙박음식, 교육서비스업, 판매·서비스직 등)를 중심으로 일시휴직자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 3~7월 전체 산업의 일시휴직자는 전년 동기 대비 162만3000명 늘어났는데, 이 중 서비스업이 145만9000명으로 90%가량을 차지했다. 성별·연령별로는 여성, 청년·고령층, 종사상지위별로는 임시직,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서 많이 발생했다.

다만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졌던 3~4월에 비해 5~7월 일시휴직자의 복직률이 다소 증가했다. 박창현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장은 “일시휴직자가 복직하는 비율이 2017~2019년 평균 수준인 42%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최근 가파르게 증가한 일시휴직자가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국내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됐다는 점은 일시휴직자 증가에 영향을 미칠 변수이기는 하다. 박 팀장은 “일시휴직자 가운데 일부가 실업자로 전환될 수 있는 데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시휴직자의 복직이 지연되고, 기업의 신규채용도 축소·연기될 수 있다. 일시휴직에 따른 임금 하락은 가계소득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