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실수에도 꿋꿋… 류현진이 보여준 ‘에이스의 격’

입력 2020-09-03 13:35 수정 2020-09-03 13:44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파크에서 마이애미 말린스와 가진 2020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서 1회초 역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류현진은 동료들의 실수를 의식하지 않고 던졌다. 그것이 바로 에이스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찰리 몬토요(55) 감독은 수비 불안과 주루 실수로 힘을 잃을 법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승리를 이끈 제1선발 류현진(33)의 능력을 평범하지만 가장 상징적인 ‘에이스’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류현진이 타선·야수의 미흡한 경기력을 투구로 만회해 팀의 2연패를 끊고 시즌 3승을 달성했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파크에서 마이애미 말린스를 2대 1로 이긴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을 5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막았다. 2-1로 불안하게 앞선 7회말에 교체됐고, 그 이후에도 실점하지 않은 불펜의 지원을 받아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올 시즌 8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하고 있다.

류현진은 가장 자신 있게 던지는 체인지업을 패스트볼, 싱커, 커브와 적절하게 섞어 모두 99차례 공을 뿌렸다. 그중 65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았다. 가장 빠르게 들어간 직구는 시속 92.2마일(약 148.4㎞)로 측정했다. 그렇게 마이애미 타자와 25차례 승부에서 8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토론토 타선은 이날 1회초 공격 때 주루에서, 2회말 수비 때 내·외야에서 실수를 연발했다. 지난 1일 마이애미에서 토론토로 트레이드된 3번 타자 겸 2루수 조나단 비야가 친정팀을 의식한 듯 가장 불안했다.

비야는 1회초 2사 때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불필요한 주로로 2루에서 아웃됐다. 2회말 수비 땐 비야의 미흡한 판단과 실책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마이애미 선두타자 브라이언 앤더슨의 플라이성 타구는 비야와 1루수 로우디 텔레즈, 우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사이로 떨어져 ‘행운의 안타’가 됐다. 이어진 무사 1루 때 마이애미 후속타자 코리 디커슨의 내야 땅볼성 타구는 병살코스였지만, 비야는 송구 실책으로 타·주자를 모두 잡지 못했다.

이때 류현진의 진가가 발휘됐다. 1사 2·3루로 몰린 위기에서 타자 호르헤 알파로, 재즈 치점을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워 실점 없이 2회말을 끝냈다. 기세를 잡은 류현진은 3회말 두 번의 투수 앞 땅볼과 삼진으로 직접 삼자범퇴를 완성했다.

토론토 타선은 류현진에게 화답하듯 5회초 공격에서 선취점을 얻었다. 무사 1루 때 루이데스 구리엘 주니어가 좌중간 담장을 넘긴 투런 홈런을 때려 2점을 먼저 뽑았다. 류현진은 같은 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리드오프 존 베르티부터 3번 타자 개럿 쿠퍼까지 3타자 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빼앗겼지만,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7회말 앤드류 콜부터 시작된 토론토 불펜은 실점 없이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켜 류현진의 승리를 뒷받침했다.

몬토요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미국 언론들과 화상 인터뷰에서 “(2회말에) 잡지 못한 플라이와 송구 실책 같은 동료들의 실수에도 류현진은 자신만의 공을 던졌다. 매우 뛰어났다”며 “그것이 바로 에이스다. 그래서 류현진은 필요한 선수”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