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현장 인명 구하다 숨진 故 김국환 소방장 ‘LG의인상’

입력 2020-09-03 11:52 수정 2020-09-03 12:13
왼쪽은 고 김국환 소방장. 오른쪽은 지난달 열린 김 소방장의 영결식. 뉴시스(LG그룹 제공), 연합뉴스

폭우로 물이 불어난 계곡에서 인명을 구조하다 순직한 고(故) 김국환(29) 소방장이 LG의인상을 받는다.

LG복지재단은 폭우 현장에서 생명을 구한 김 소방장과 최봉석(43)씨 등 시민 5명에게 LG의인상을 수여한다고 3일 밝혔다.

전남 순천소방서 소속 김 소방장은 지난 7월 31일 오후 전남 구례군 지리산 피아골에서 피서객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했다. 당시 피아골은 구례군 일대에 1주일 이상 이어진 폭우로 물살이 거세진 상태였으나 김 소방장은 안전장구를 착용한 뒤 망설임 없이 계곡으로 뛰어들었다.

필사적인 구조 작업 도중 김 소방장의 몸에 묶은 안전줄이 끊어졌고, 급류에 휩쓸린 김 소방장은 18분 만에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고인은 2017년 119구조대원으로 임용된 뒤 3년간 1480회 사고 현장에 출동해 540명을 구조하는 등 활약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전남도는 김 소방장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전남도청장(葬)으로 장례를 치렀고, 고인은 소방교에서 소방장으로 1계급 특진이 추서됐다.

최봉석씨와 손성모(37)씨는 지난달 8일 오전 폭우로 구례군 서시천 제방이 붕괴되면서 마을이 물에 잠기자 낚시 보트를 이용해 고립된 주민 40여명을 구조했다. 이들은 전류가 흐르는 물건이 떠내려와 감전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마치 강처럼 변한 마을을 돌아다니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아이 등을 구했다. 6시간 넘는 구조 활동으로 손씨의 낚시 보트는 파손됐다고 한다. 구조 활동을 하느라 돌보지 못해 손씨와 최씨의 집과 공장도 모두 물에 잠겼지만 이들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왼쪽부터 최봉석씨, 손성모씨. 뉴시스(LG그룹 제공)

육군 102기갑여단 박승현(24) 하사는 지난달 13일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하천에서 급류에 휩쓸린 사람을 구조했다. 당시 휴가 중이던 박 하사는 피서객 두 명이 ‘살려달라’는 외침과 함께 급류에 떠내려가는 것을 발견하고 맨몸으로 수심 약 3m 물로 뛰어들어 이들을 구조한 뒤 도착한 119구조대원에게 인계했다.

문명근(51)씨는 지난달 19일 울산 북구 동천강에서 익사 위기의 초등학생을 구했다. 그는 인근을 지나던 중 물놀이하던 어린이 두 명이 수심 깊은 곳에 빠져 허우적대자 119에 신고하고 곧바로 강에 뛰어들었다. 문씨는 의식을 잃어가던 어린이 한 명을 먼저 구해 심폐소생술을 했고, 현장에 도착한 119구조대원이 남은 아이를 구조했다.

김균삼(47)씨는 지난달 20일 새벽 전북 군산 비응항에서 바다에 추락한 차량에서 운전자를 구조했다. 당시 조업을 마치고 입항하던 김 선장은 차량이 바다로 추락하는 것을 목격하고 대형 탐조등을 켠 후 맨몸으로 어두운 바다에 뛰어들어 물에 잠긴 차 안의 운전자를 구해냈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LG의인상 수여 대상 선정과 관련해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자 급류와 사투를 벌이다 순직한 김국환 소방장의 투철한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우리 사회가 함께 기억하고, 이웃을 구하기 위해 폭우 현장과 하천, 바다로 뛰어든 시민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하자는 뜻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LG의인상은 2015년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라는 고 구본무 LG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됐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수상 범위를 우리 사회에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선행과 봉사를 한 시민들까지 확대했고, 이번 수상자 6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LG의인상 수상자는 모두 131명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