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간호사 응원 글, 다시 감정 악화됐다” 전공의 분노

입력 2020-09-03 09:21 수정 2020-09-03 10:20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지난달 26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전공의들(좌)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간호사를 응원하는 글(우)을 올렸다. 뉴시스, 페이스북 캡쳐

서연주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이 “다시금 감정 상태를 악화시켰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올린 ‘간호사 응원 글’을 비판했다.

서 부회장은 3일 KBS1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한정애 위원장님께서 이야기해주신 긍정적인 변화로 논의가 상당히 잘되고 있던 상태였다. 내부의 신뢰관계, 분노와 실망감도 많이 완화가 되고 있었다”며 “(하지만) 어제 대통령께서 남기신 글이 다시금 감정 상태를 악화시켰다. 그 글은 편 가르기를 하는 모양새여서 상당히 아쉽다”고 비판했다.

서 부회장은 또 “젊은간호사회 쪽에서 의견을 낸 것이 있는데, 그런 것들 좀 참고해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간호사회는 정부가 진정성 있는 태도로 동료들을 병원에 빨리 돌아오게 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편 가르기 하는 건 상황을 회복하는 데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라며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들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고생하는 간호사들을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의 마음을 울렸다.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같은 글 내용을 언급하며 “의사와 간호사를 편 가르기한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글에 달린 댓글만 3만개가 넘는다.

일부 간호사들은 문 대통령의 글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젊은간호사회’는 이날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간호사의 노고를 알아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도 “의료인력이 필요하시다면 현재 있는 의료인력부터 지켜 달라. 열악한 근무, 가중된 근무환경, 감정노동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젊은간호사회는 또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줄이는 방법은 간호대 증원과 지역간호사제가 아니다”라며 “간호협회가 아닌 진짜 간호사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했다.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서 부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원점 재논의 명문화’를 재차 요구했다. 그는 “정부가 보여준 태도에 대해 전공의들의 신뢰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원점 재논의 명문화는) 정부가 의지와 노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라는 요구다”라고 주장했다.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삼구빌딩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보건복지위원회·대한전공의협의회 현장 간담회에서 전공의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진행자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를 해보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협상안에) 들어가 있지 않았냐’고 묻자 서 부회장은 “정책 철회뿐만 아니라 의대 정원 확대나 공공의료 신설 정책 자체가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부터 다시 검토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는 안 된다고 하더라”며 “불통을 고수한 정부의 의지를 저희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