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정국에 전공의 파업으로 간호사들의 업무가 늘었다는 위로 메시지를 발표하며 가수 아이유의 최근 기부 사례를 언급한 가운데, 아이유의 일부 팬은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불쾌함을 표했다.
디시인사이드 아이유 갤러리는 2일 성명을 내고 “아이유는 지난 2월 대한의사협회에 의료진을 위한 1억원 상당의 의료용 방호복 3000벌을 기증하는 등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다섯 차례 기부를 펼쳤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께서 가수 아이유의 선행을 높이 사 주신 점에 대해서는 황공할 따름이오나, 혹여나 아이유가 간호사분들에게만 기부한 것으로 오해하는 국민이 있을 듯해 바로잡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갤러리 상단에 게시됐다가 찬반 논란이 일자 현재 삭제된 상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공의 등 의사가 떠난 의료 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며 “가수 아이유가 아이스 조끼를 기부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언제나 환자 곁을 지키며 꿋꿋이 이겨내고 있는 간호사분들 곁에는 항상 우리 국민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코로나19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 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습니까”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의 마음을 울렸다.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의사와 간호사 간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일었다.
아이유 팬들의 성명은 이런 분위기 속에 나왔다. 문 대통령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면서 아이유를 언급해 간호사들을 치하한 것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과 우려가 팬들 사이에서 잇따랐다.
한편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야권은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의 구두 논평에서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좌표를 찍었다”며 “의사를 향한 대리전을 간호사들에게 명하신 것이냐”고 반문했다. 하태경 의원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망정 고생하는 간호사들을 부추겨 의사와 대결구도 만들고 있으니 대통령이기를 포기하신 것인가”라고 말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국민 갈라치기도 모자라 이젠 의사, 간호사도 갈라치기”라며 “참으로 속 보이는 유치한 글, 대통령답지 않은 글”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수많은 편 가르기로 나라가 산산조각이 나버린 지금, 이젠 코로나 영웅들까지 은근슬쩍 이간질하려는 태도를 국민은 더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