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계의 ‘추문 제조자’로 불리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3) 전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는 최근 이탈리아반도 서부 티레니아해에 있는 사르데냐섬에 머문 뒤 코로나19 검진을 받았고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의 주치의는 “무증상 감염으로 현재 자택에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여름 휴양지인 사르데냐섬은 최근 집단감염 사례가 잇따라 나오며 이탈리아 내 새로운 바이러스 진앙으로 지목된 곳이다.
포뮬러원(F1) 르노팀 전 대표이자 억만장자인 플라비오 브리아토레가 사르데냐섬에 소유한 나이트클럽에서도 최근 수십 명이 집단감염됐으며 브리아토레 자신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브리아토레는 지난달 베를루스코니를 비롯해 이탈리아 국내외 주요 인사 수백명을 사르데냐섬으로 불러들여 접대하기도 했는데 베를루스코니의 감염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도우파 성향 정당인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끌며 활발한 정치 활동을 하는 베를루스코니의 감염으로 이탈리아 정계도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장 베를루스코니와 접촉한 정계 인사들은 모두 자가격리가 불가피하다.
베를루스코니는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0∼2000년대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내는 등 이탈리아 정계의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다.
총리 재임 시절인 2010년 여러 모델을 자신의 별장으로 불러들여 섹스 파티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고, 마피아 조직과 연계된 범죄 의혹으로 여러 차례 수사·재판을 받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