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강풍을 몰고 온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제주와 남해안에 피해가 속출했다.
3일 오전 2시20분쯤 부산에 상륙한 마이삭은 강한 중형급 태풍의 위세를 떨쳤다.
앞서 제주에서 최대순간풍속 초속 49m(고산)가 넘는 강풍과 함께 산지에 1000㎜가 넘는 폭우를 뿌린 마이삭은 남해안 상륙 이후에도 전남에서 경남에 걸쳐 강풍 피해를 줬다. 마이삭이 제주에서 기록한 순간 풍속은 역대 태풍 7위에 해당했다.
특히 제주 3만6000여 가구, 경남 2만여 가구, 부산 3800여 가구 등 6만4000여 가구가 강풍에 정전이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마이삭은 지난달 26일 서해를 지나간 제8호 태풍 바비와는 이동 경로와 피해 규모 면에서 천지 차이였다.
마이삭은 기상청 예보보다 조금 이른 3일 오전 1시40분쯤 경남 거제도 남단을 지나 오전 2시20분쯤 부산 남서쪽 해안에 상륙했다. 순간 초속 46.6m(통영 매물도 기준)에 달하는 강한 비바람을 동반했다.
통영, 창원 등 8개 시·군에서 2만514가구가 정전됐는데, 아직 복구가 안 된 1만5000가구 이상은 창문을 때리는 강풍이 부는 밤을 어둠 속에서 버텨야 했다. 정상적인 전기 공급은 날이 밝거나 태풍이 완전히 한반도를 빠져나간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후부터 3일 0시까지 정전, 가로등 흔들림, 현수막 날림 등 태풍 피해 신고가 100여건 경남·창원소방본부에 접수됐다. 1년 중 가장 수위가 높은 대조기와 겹쳐 창원시 진해구 용원어시장 일대에는 바닷물이 넘쳐 침수되기도 했다.
경남도는 18개 시·군 전역에서 3258명이 쉼터나 복지센터 등으로 대피했다. 현재까지 경남지역에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태풍 상륙에 앞서 강풍이 불어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마산과 창원을 잇는 마창대교 등 대부분 대교가 통제됐다. 마이삭이 관통한 부산에서는 3일 오전 4시 현재 5명의 부상자가 나오는 등 피해가 컸다.
동구 수정동 교차로에는 가건물 형태 이동식 집이 도로에 나뒹굴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해운대구 장산로에서는 길이 40m의 철제 구조물이 도로 위로 쓰러져 도로가 전면통제됐고, 동서고가로에 있는 높이 5m 구조물도 일부 파손됐다.
강서 체육공원 앞 도로에는 사무실 용도로 쓰던 컨테이너가 바람에 밀려와 도로를 막았다. 이외에도 강풍에 간판이 떨어지거나 가로수가 부러지고 건물 외벽이나 마감재가 떨어져 나가는 등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1시 기준 부산소방본부에 접수된 강풍 피해 신고는 145건에 달했다. 부산에서는 강풍에 3874가구가 정전돼 긴급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강풍에 동서고가로, 광안리 해안도로, 마린시티1로, 덕천배수장, 수관교, 광안대교, 을숙도 대교 등 35곳의 교량이나 도로가 통제됐다.
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부산∼김해 경전철은 오후 9시37분부터 운행을 조기 종료했고, 부산도시철도 3호선 대저∼구포역 구간에서는 초속 27m에 달하는 강풍 탓에 전동차가 거북이 운행을 했다. 코레일도 경부선 열차 5편의 부산역∼동대구역 구간 운행을 중지했다. 동해선은 전동열차 6편의 부전역∼일광역 운행이 중지된다.
태풍이 관통한 울산에서도 강변센트럴하이츠 아파트 670여 가구를 포함해 동구 전하동 푸르지오 1300여 가구, 북구 달천아이파크2차 930여 가구 등 2900여 가구가 정전됐다. 강풍에 울주군 두동면 도로에 나무가 쓰러지고 중구 반구동 한 건물에서 타일이 떨어지는 등 총 81건의 피해 신고가 소방본부에 접수됐다. 남구 선암동에서는 창문이 파손되면서 1명이 다쳤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