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 대도시 첸나이에서 주민 5명 중 1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일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첸나이 시 당국이 지난 7월 주민 1만2405명을 대상으로 혈청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중 21.5%에게서 코로나19 항체가 발견됐다. 항체가 있다는 것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있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가 맞다면 첸나이 시민 800여만명 중 170만명 가까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볼 수 있다. 당국이 이날까지 공식 집계한 누적 확진자 수 13만6697명보다 10배 넘게 많은 수치다.
시 당국 관계자는 신문에 “이번 조사는 7월 말까지의 결과만 반영됐다”며 “지금은 감염률이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첸나이 뿐만이 아니다. 연방정부 공식 집계상으로는 인도 전체 인구의 코로나19 감염률은 0.3%에도 못 미치지만 최근 공개된 여러 항체 조사에서 인도 국민 상당수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다수 제시되고 있다.
뉴델리 당국이 지난 7월 초 1차 2만1387명과 지난달 초 2차 1만5000명 주민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항체 보유율은 각각 23%, 29%로 집계됐다. 민간 진단·예방 관리 연구소인 티로케어는 지난달 말 발표에서 “7주간 인도 600여개 도시에 거주 중인 27만여명을 조사한 결과 26%에게서 코로나19 항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앞서 인도 일부 지역의 경우 이미 집단면역 상태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집단면역이란 예방 백신을 맞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항체가 생겨 집단 구성원 상당수가 면역력을 갖추게 된 상태를 의미한다. 통상 인구의 50~70%가 감염되면 자연스럽게 집단면역이 생겨 전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6월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의 슬럼에 사는 빈민 6936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 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57%에게서 항체가 발견됐다. 사실상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한 셈이다.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전염병의 급속한 확산을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첸나이 시 관계자는 “감염률이 높은 지역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면역력을 갖추게 되면서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 단위에서 집단면역 전략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반론도 거세다. 집단면역을 만들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인지 가늠할 수 없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에 취약한 기저질환자나 노약자들이 다수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전염병을 방치해 인명피해만 늘어날 것이라며 집단면역 전략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