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치인은 청년 문제 외에는 발언권이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는 청년 문제에만 갇히지 않겠습니다.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의견을 개진하려고 합니다.”
이낙연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깜짝 발탁한 박성민 최고위원은 2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파격적 기회를 주신만큼 이번에 잘해야 청년과 여성에게 여전한 유리천장을 깰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발탁된 박 최고위원은 올해 24세로 역대 민주당 최고위원들 중 최연소다. 대학생이 민주당 최고위원이 된 것도 처음이다. 그는 ‘20대·여성·청년 최고위원’의 의미에 대해 “지도부 안에 여성 청년이 당당하게 자리잡는다는 의미가 크다”며 “민주당에 미흡한 젠더 문제 관련해서도 지금까지와 다른 쇄신을 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는 그에게 낯설지 않은 공간이다. 박 최고위원은 지난해부터 당 청년대변인을 맡아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논평을 꾸준히 냈다. 경기도 용인 청년정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서 정책 관련 논의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박 최고위원 내정 이유로 “청년을 대표하고, 젠더 문제에 기민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감각을 갖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대표의 최고위원 제안을 받아들인 뒤 긴장감과 부담감에 이틀동안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박 최고위원은 “어안이 벙벙해 말을 잇지 못했다”며 “이 대표가 당대표 선거 기간 청년·여성이 당의 의사결정 구조 안에 들어올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지킨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민주당은 지자체장들의 연이은 성비위 사건, 부동산 정책 대응 실패 등이 불거지며 당의 주요 지지층이던 청년층으로부터 부정평가가 늘어났다. 그는 “그동안 당이 청년들의 시각을 제대로 담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민생에 관련해 메시지를 내는 방식에서 아쉬운 면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서도 “당이 당시 굉장히 혼란스럽다보니 실수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당에서 일하다보니 박 전 시장이 어떤 존재였는지,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알고 있다. 당원들의 마음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한다”고 덧붙였다.
박 최고위원은 당시 당이 보여준 태도가 불확실했고 불안정했으며, 미온적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잘못한 일에 대한 통절한 사과는 당연한 일”이라며 “고민과 사과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 재발방지책에 대한 심층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대표는 박 최고위원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성 있게 헤아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박 최고위원은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시각을 당 정책에 담아내는 것이 정책목표”라며 “이 대표께 언제든 가감 없이 솔직한 말씀을 드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의 임기는 그리 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차기 대권 주자인 이 대표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민주당 당헌에 따라 내년 3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출직 최고위원은 이 대표 사퇴와 관계없이 계속 최고위원직을 유지하지만, 박 최고위원은 지명직어서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는 “임기가 짧기 때문에 이 대표에게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는 제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런 권한이 또 언제 주어질지 모르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