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구 2000만명의 수도권이 사실상 멈춰선 요즘, 배달은 전 국민의 생명줄이 되고 있다. 주문은 연일 신기록을 깨며 폭주 중이다.
1일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인 24~30일 전체 배달 주문 건수는 7월 마지막 주(20~26일)와 비교해 26.5% 급증했다. 배달 대행 스타트업인 바로고가 공개한 지난달 30일 주문 건수도 약 57만5000건으로 7월 마지막 일요일(26일)의 45만7000건 대비 12만건(25.8%) 늘었다.
배달이 급증하면서 배달원들의 몸값이 올라간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에서 활동하며 57건의 배달을 한 쿠팡이츠 라이더가 하루 47만1100원을 벌었다는 내용이었다. 주 5일로 계산해도 억대 연봉인 셈이다.
관련 기사에는 “대기업 안 부럽다”는 식의 반응도 나왔지만 분노에 찬 반박 댓글 역시 많았다. “10시간 넘게 일해야 평균 10만원”이라거나 “하루이틀 바짝 벌었다고 1억 되냐” “사고 확률 엄청 높고 엘베 없는 건물은 죽음” “좋아보이면 기자가 하면 되겠네” 같은 비아냥이 줄을 이었다.
과연 ‘하루 47만원’이란 액수는 라이더의 현실을 얼마나 반영한 것일까. 국민일보는 대형 배달대행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A씨(35)에게 실제 배달 라이더의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하루 47만원은 쉽게 벌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배달 라이더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지 듣고 싶다
“건별로 기본 배달료가 있다. 배달료는 기본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 예를 들면 1㎞ 미만은 건당 3000원이고 이후 거리가 늘면 할증이 있는 식이다. 예를 들면 3000원씩 잡아서 10건을 해야 3만원을 버는 셈이다.”
-그럼 하루에 47만원을 버는 게 가능한가
“악조건 속에서 오랜 시간 일하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물론 아주 특별한 경우다. 비가 오거나 태풍이 온다거나 하는 날에는 프로모션이라고 해서 기본 배달비에 플랫폼 회사가 추가로 금액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우천이나 태풍 때도 15만~20만원 이상 벌기는 쉽지 않다.”
-47만원 번 라이더는 지역이 서울 강남인데 지역별로 다른가
“강남은 건수가 엄청 많다. 내가 일하는 곳으로 지원 요청이 올 때도 많다. 지원 요청 나가면 콜 안 잡고 강남에만 있어도 시간당 6000~7000원을 받는다. 프로모션도 당연히 많다. 반면 같은 수도권인 인천은 그런 게 부족한 편이다. 이 때문에 강남으로 40분씩 걸려서 출근하는 사람도 많다.”
-47만원을 번 라이더는 57건을 배달했다고 하던데 원래 하루 평균 일하는 건수는 얼마나 되나
“보통 20~30건이 평균적인 것 같다. 정말 많이 해야 40건 정도다. 그 이상은 근거리 프랜차이즈 등에서 한 번에 여러 개 콜을 잡아야 가능하다. 57건은 하루에 평균적으로 수행하는 건수가 아니다. 특히 쿠팡이라는 플랫폼은 중복 배차를 허락하지 않아서 12시간 이상 일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빨리 많은 건수를 처리해야 하니까 법규 위반 등을 했을 수도 있다. 거의 목숨 내놓고 타는 것이다.”
-배달의민족 라이더의 경우 지난해 연 평균 약 4800만원, 상위 10%는 750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우선 버는 금액은 평균적으로 4800만원 정도 되는 건 맞다. 근데 일하다가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고 이렇게 다치면 아예 한동안 돈을 못 벌게 된다. 이런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 또 오토바이 유지비나 기름값, 보험료 등 라이더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달 라이더가 필수로 가입해야 하는 유상 종합보험료만 1년에 360만원 정도다.”
-구체적으로 본인이 일하는 시간과 수입은
“하루에 8시간 정도 일한다. 근데 이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딱 시간을 정해서 일하는 건 아니고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중간에 대기시간 등을 고려하면 오후 8~9시까지 퇴근하지 못한다(*콜을 잡기 위한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시켜야 하므로 실제 인터뷰한 라이더의 근로시간은 11~12시간으로 봐야 한다). 주말 근무는 보통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다. 주 5.5일 일한다고 치고 한 달 평균 세금 떼고 400만원보다 조금 더 많이 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보험료를 포함해 오토바이 유지비나 기름값 등 포함하면 최소 60만원 정도를 일하는데 써야 한다. 그러면 실수령액은 300만원 중반 정도 된다.”
-코로나19로 주문이 늘면서 수입도 많아진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되고 나서는 지금은 많아진 정도가 아니다. 너무 많다. 근데 코로나로 전체 배달 건수가 늘었다고 해도 배달원 한 명이 배달하는 건수는 코로나 이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프로모션은 좀 늘기는 했다. 이렇게 계속 갈 수는 없다. 또 프로모션 많은 날에 내 컨디션도 좋아야 한다. 1년 하면서 하루 최고 금액 찍어본 게 40건에 26만원 정도다.”
-그래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분명 적지는 않다. 전 직장이 대기업이었는데 급여가 세금 다 떼고 360만원 정도였다. 대기업과 비교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이나 급여가 낮은 회사랑 비교하면 나쁘지 않다. 또 누구의 지시나 이런 것 없는 것도 장점이긴 하다. 하지만 4대 보험 등 기본적인 복지가 없고, 연봉 인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위험에 항상 노출된 직업이기도 하다. 또 숙련된 노동자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버는 금액이 크게 달라진다. 노선 등을 제대로 짜지 못하면 절대 평균적인 수익도 벌지 못한다. 처음 배달 일을 한 날 번 돈은 8만원이었다. 이런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특별히 추천하지는 않는다.”
-법규 위반 등 때문에 라이더에 대해 안 좋은 인식도 있는데
“라이더는 완전히 을이다. 우리 잘못이 아닌 부분인데도 늦으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손님이 주문하고 잔다거나 샤워를 하는 등 지연을 시켜서 콜이 늦어지면 우리 책임이다. 이런 식으로 다음 주문이 밀려서 손님이 취소하면 음식값을 우리가 다 물어내야 한다. 나도 올해 초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라이더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구조가 이렇게 만드는 부분도 무시하지 못한다.”
-사실상 위험수당을 받고 일을 하는 셈이다
“그렇다. 사람 인식 자체가 배달 일이라는 것이 위험하고 3D라고 다들 이야기하지 않나. 악조건에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건 진짜 생명수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제 경기도 부천에서 한 사람이 사망했다고 들었다. 근데 이번에 화제가 된 쿠팡이츠 등은 산재 처리도 안 해준다.”
-산재도 없이 일하고 있는 것인가
“산재는 플랫폼마다 다르다. 배달의민족이나 생각대로 등 웬만한 업체는 적용해준다. 대형 업체 중에서는 쿠팡이 안 해준다. 중소 업체는 산재 제외 신청서까지 받고. 이렇게 해서 사고 나면 정말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유상종합보험 여부를 확인도 안 하고 라이더 업무를 시키는 경우도 많다. 이러다 사고 나면 다 본인 책임인 거다. 라이더에게 산재는 필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
“건당 기본 배달료가 올랐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배달이 많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 배달이 확 줄어드는 시기가 올 수도 있어서 불안하다. 그런데 건당 3000원은 부족하다. 다들 프로모션만 기다리는 이유다. 내가 아는 사람은 장마 때부터 2개월 동안 하루도 안 쉬고 일하고 있다. 많은 건수를 잡고 빨리 배달하기 위해 법규 위반을 하는 등 악순환도 반복된다. 만약 현행 배달료에 법규 위반을 안 하면 생활비 수준도 벌기 힘들다. 또 몇몇 고객은 빠른 배달을 요구하기도 한다. 구조의 문제도 많은 만큼 라이더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다시 한 번 생각해주면 좋겠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