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마이삭’이 올해 한반도에 근접한 태풍 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매미’와 진로와 세기 면에서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마이삭’이 3일 새벽 경남 거제와 부산 사이 지점에 상륙해 이후 영남과 동해안 인근 도시를 관통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태풍 세기는 서해로 올라왔던 직전 태풍 ‘바비’와 비슷하지만 우리나라 내륙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영향이 더 클 전망이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중심기압·풍속 면에서 마이삭이 과거 매미 급의 태풍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풍 매미로 인해 당시 132명의 사상자와 5조원에 육박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마이삭 영향으로 3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한 바람이 예상된다. 기상청은 2~3일 제주도와 경상해안에서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30~50m인 강한 바람이 불겠다고 내다봤다. 경상해안 일부 지역에는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50m 이상인 곳도 있겠다. 강원영동과 남부지방에는 초속 20~40m, 그 밖의 지방에서 초속 10~30m의 최대순간풍속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비도 예상된다. 기상청은 3일까지 서울과 경기도, 강원영서, 충청도, 전북·경북에 100~200㎜의 비가 오고, 강원영동·경북동해안·경남·전남·제주도에는 100~300㎜의 비가 내리겠다고 내다봤다. 일부 지역에는 400㎜의 많은 비가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는 3일 새벽부터 아침 사이 곳에 따라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 내외의 매우 강한 비가 올 것으로 예측된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마이삭’이 근접하면서 이날 제주에는 초속 35.8m의 강풍이 섬을 강타했다. 제주 주요지점에서 마이삭의 최대순간풍속은 오후 4시 기준 지귀도 35.8m를 비롯해 선흘 32.8m, 새별오름 32.3m, 제주시 32.2m 등을 기록했다. 초속 33m는 기차가 탈선할 정도의 바람 세기다.
태풍경보가 내려진 제주지역에는 이날 오전부터 성인이 제대로 서 있기 힘들 만큼 매우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강풍에 전깃줄이 끊어지면서 제주시 연동과 서귀포시 호근동 일대 1100가구가 정전됐고, 시내 곳곳의 신호등이 엿가락처럼 휘고 가로수가 쓰러져 인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을 덮치는 등 오후 4시 기준 60건의 시설물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해상에서는 해수면 수위가 높은 대조기에 만조시각까지 겹치면서 서귀포 10.2m, 마라도 6.5m 등 제주 남쪽먼바다에 높은 파도가 일었다. 이날 하루 제주를 기점으로 운항 예정이던 총 392편의 항공편 가운데 372편이 결항됐다. 여객선 운항도 모두 통제됐다.
한편 지난 1일 오후 9시 괌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10호 태풍 ‘하이선’은 오는 7일쯤 경남 지역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애 기자, 제주=문정임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