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불진화, 문화재 관리용 드론 만든다는데…과거처럼 또 ‘헛돈’ 쓸라

입력 2020-09-02 17:59 수정 2020-09-02 18:05
과거 드론 관련 예산 중 상당수 집행 지연 등 논란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드론 택시 실증화를 포함해 문화재 관리나 산불 진화 등에 활용하는 다방면의 예산 사업들을 여럿 포함했다. 하지만 과거에도 정부가 드론을 도로 유지보수나 재난현장 기상 상황 파악 등에 활용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했지만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 벌써부터 섣불리 ‘헛돈’을 쓰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드론을 대형화하고 동력·항법장치 성능 개선을 통해 여객 수송용 택시로 개발·활용하는 내용의 ‘도심항공교통(UAM) 실증 지원’ 예산을 118억원 편성했다. 이 예산은 올해에도 10억원 편성돼 있었지만, 내년에는 12배 가까이 증액했다. 드론 기체 도입은 물론 이·착륙장이나 충전설비 등 실증 작업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예산을 쓴다는 방침이다. 내년 중에 지방자치단체 두 곳과 협의해 시연행사도 진행한다.

정부는 아울러 드론을 활용해 산간오지에 있는 문화재를 관리하고 재난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영상전송 등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도 내년 예산안에 10억원 신규 편성했다. 전국 문화재 10곳에 시범적으로 드론 장비를 보급한다. 진화 헬기 기동이 어려운 야간에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한 ‘산불 드론’ 보급 사업도 46억원 편성했다. 산불소화탄을 투하할 수 있는 드론 30대와 소화탄 6000개를 보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드론 관련 과거 예산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집행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공개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2019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도로유지보수에 드론을 활용하기 위해 드론 72기를 구입하는 예산 13억8500만원을 집행했다. 고속도로 교량 보수 점검을 하던 근로자가 추락하는 사고 이후 이를 막기 위한 취지였다. 그러나 구매계약이 지연되면서 올해 6월에야 드론을 받았다. 국토부는 전국 18개 국토관리사무소에 드론을 4기씩 보급, 활용하려는 계획이지만 지난달 17일까지도 드론은 보급되지도 않았고, 드론을 활용한 도로시설물 점검 실적은 제로였다.

기상청 역시 재난 현장의 기상 상황 실시간 파악을 목적으로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4억9500만원의 예산을 편성 받았다. 그러나 이 예산은 올해 7월까지 2억9700만원을 집행해 집행률이 60%에 그쳤다. 심지어 납기(지난해 12월)가 7개월 지난 시점까지도 기상청은 아직 납품 계약업체로부터 드론을 받지 못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