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속 마스크 쓰고 출발한 베니스 영화제

입력 2020-09-02 17:00
이탈리아 여배우 안나 폴리에타가 1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는 제7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를 앞두고 리도 비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


1일(현지시간)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마스크를 쓰고 모습을 드러낸 배우 틸다 스윈튼은 두 팔을 엇갈려 가슴 위로 들어 올렸다. 지난달 28일 대장암으로 숨을 거둔 배우 채드윅 보스만을 추모하는 의미였다. 마블 세계관에서 ‘블랙팬서’로 활약한 채드윅 보스만은 영화에서 “와칸다 포에버”를 외칠 때 이런 포즈를 취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문화예술행사가 문을 닫은 가운데 2일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11일간의 여정에 돌입했다. 엄격한 보건 통제가 뒤따랐다. 영화제 측은 모든 참석자에게 출발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행사 현장에 도착해 또 한 번 테스트를 받도록 했다. 발열 측정기를 통한 온도 체크가 상시로 이뤄지며 거리두기를 적용한 좌석은 온라인으로만 예약할 수 있게 바뀌었다.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레드 카펫 행사장 주변에 높이 2m짜리 벽이 세워졌고 관객은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베니스 영화제는 앞서 칸 영화제가 한차례 연기 끝에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등 행사가 줄줄이 어그러지는 상황에서 오프라인으로 개막한 첫 대형 국제 영화제여서 큰 관심이 쏠려있다. 이탈리아는 앞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주요 예술제를 철저한 방역 아래 조금씩 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문화행사로 지방재정을 충당하는 이탈리아 현지 사정이 반영된 정책이라는 시각도 나왔었다. 영화제 감독 알베르토 바버라는 “우리는 극장을 재개하고, 영화를 배급해야 하며, 새 영화를 촬영해야 한다”며 “이 축제가 영화 산업의 모든 종사자에게 연대와 격려의 표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올해 행사는 초청작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50여개국 72편의 초청작들로 꾸려지는 이번 영화제 개막작으로는 이탈리아 감독 다니엘레 루체티의 ‘더 타이즈’가 뽑혔다.

특히 올해는 한국 영화가 4년 만에 경쟁부문으로 초청됐다.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으로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등이 출연했다. 앞서서는 2016년 김지운 감독의 ‘밀정’ 김기덕 감독의 ‘그물’이 비경쟁 부문으로 초청됐었다. 다만 ‘낙원의 밤’은 감염 등의 우려로 영화제에는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부문에서는 지난해 황금사자상을 받은 ‘조커’에 이어 18편이 경쟁할 예정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