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잠룡 전초전으로 번지나…계속되는 2차재난지원금 설전

입력 2020-09-02 16:55 수정 2020-09-02 17:31

여야의 공감대로 쉽게 처리될 것으로 보였던 2차 재난지원금 문제가 난데없이 여당 내 설전으로 번지고 있다. 선별 지급 의사를 밝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맞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보편 지급을 강조하면서 연일 충돌하는 중이다. 여당 의원까지 각각 편을 들고 갈라서면서 2차 재난지원금 문제가 여권 잠룡의 전초전으로 확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국회 최고위에서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경제전쟁을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사령관”이라며 “조금 아쉬운 발언이 있었다고 말의 꼬투리를 잡아 책임을 물을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아쉬운 발언’이란 지난달 31일 홍 부총리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이 지사의 보편 지급 주장에 대해 “책임없는 발언”이라 지적하고, “철없는 얘기”라는 임이자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의 말에 동조했던 걸 뜻한다.

이 지사는 이튿날 바로 페이스북에 “국정 동반자인 경기지사의 언론 인터뷰를 확인도 안한 채 ‘철이 없다’는 통합당 주장에 동조하며 비난하신 건 당황스럽다”며 “존경하는 홍 부총리께서 ‘철없는 얘기’라 꾸짖으시니 철이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응수했었다.

양 최고위원은 “전시 사령관의 재량권은 최대한 인정돼야 한다”며 “할 말은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나름대로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이 느끼고 있을 고뇌의 깊이가 홍 부총리 책임감의 깊이라고 믿는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경제가 선전 중인 것은 홍 부총리 공이 크다” “(홍 부총리가 국민의힘 소속 같다는) 비판으로는 야당과 어떤 합의와 협의도 불가능하다” 등 발언을 이어갔다.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을 흔들지 말라’는, 이 지사를 겨냥한 경고성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염태영 최고위원도 “피해가 심각한 곳에 우선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반면 이재명계인 이규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권주자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분의 뜻에 대해 ‘철이 없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홍 부총리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썼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도 1일 홍 부총리의 국회 예결위 발언을 언급하며 “참으로 경솔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지사는 나아가 전날 홍 부총리에게 5대 공개 질의를 던지며 나날이 전선을 확대 중이다.

이같은 여당 내분은 2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여권 잠룡들끼리 어젠다를 선점하기 위한 쟁탈전 성격을 띄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가 “고통을 더 당하는 분들께 더 빨리 더 두텁게 도와드리는 게 제도 취지에 맞다”며 선별 지원을 기정사실화하자 이 지사가 목소리를 키워 대항하는 셈이다. 8·29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이 지사가 앞으로도 현안 대응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