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포기하는 항공사들…“손해 보더라도 승객 확보 우선”

입력 2020-09-02 16:19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생존 위기에 놓인 국내 항공사들이 항공권 변경 수수료 면제 이벤트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해외 항공업계의 경우 아예 향후 변경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당장의 수입원을 포기하더라도 일단 승객을 확보하고 보자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항공사 다수는 항공권 변경 수수료 면제 방침을 결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4대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은 현지 항공업계 처음으로 미국 내 항공권 변경 수수료를 영구히 폐지한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이전에는 승객이 항공권 여정을 변경하면 200달러(23만7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이 항공사는 지난해 수수료로만 약 62억달러(7400억원)를 벌었는데 이를 포기한 것이다. 스캇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CEO는 “코로나 사태로 위기에 직면한 항공사들은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고객들에게서 수수료를 없애 달라는 요구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델타항공도 올해 말까지 항공권 변경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유럽 최대 규모의 항공사인 루프트한자그룹은 기존 정책을 바꿔 향후 횟수에 제한 없이 무료로 항공권을 변경해 재예약할 수 있도록 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국내 항공사들도 일시적 기간에 한해서지만 수수료 면제 흐름을 따라가는 추세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 24일까지 국제선 전 노선 일정 변경 수수료를 2회 면제해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까지 발권된 국제선 항공권에 한해서만 재발행 수수료를 면제해줬는데, 면제 기간을 오는 30일까지로 연장했다.

제주항공은 회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11일까지 발권된 국제선 항공권의 여정 변경 수수료를 오는 30일까지 1회 면제해준다. 제주항공은 향후 다른 이벤트에서도 수수료 면제 옵션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어부산도 부산행 국제선 16개 노선의 항공권을 구입하면 예약 후 최대 2회까지 여정 변경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행사를 지난달 진행했다.

일각에선 코로나발(發) 출혈 경쟁이 심화되는 현상을 우려한다.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회복세를 보였던 국내선 여객 수가 얼어붙자 항공사들이 고육지책을 내놓았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4주차 국내 항공사가 수송한 국내선 노선 탑승객은 87만4718명으로 같은 달 2주차(141만4322명), 3주차(133만1880명)보다 각각 38.2%, 34.3% 감소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