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구(57·사법연수원 22기) 대법관 후보자가 2일 “저의 국가보안법 전력 때문에 정치적 편향을 우려하는 분이 있음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경험으로 사회적 약자의 삶과 사회현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서울대 재학시절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깃발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위반(반국가단체 고무찬양)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이 속했던 우리법연구회에 대해서도 “우리법연구회는 재판의 독립과 재판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학술모임이었다”고 했다.
그는 대법관 구성이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으로 코드화된 것 아니냐는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대법원을 구성했다는 그런 결론에 동의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논란이 된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전 의원이 2005년 8월부터 12월 12일까지 장인 집에 주소지만 옮긴 것을 인정하냐고 묻자 “전입신고가 그렇게 돼 있었던 것은 맞는다”고 했다. 2002~2005년 주택매매 과정에서 3차례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냐는 질문에는 “다운계약서임을 알고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무서에 그렇게 신고 돼 있는 것은 맞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위원들의 지적에 답변하면서 부족함이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사법부의 힘과 권위는 국민의 신뢰로부터 나오고, 법원의 신뢰는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 충실한 심리에 기초한 성심을 다하는 재판을 통해서만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보장이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임을 명심하면서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른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에만 마음을 쏟겠다“고 했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오는 8일 임기를 마치는 권순일(61·14기) 대법관 후임으로 이 후보자를 임명 제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했다. 이날 청문회 이후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면,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표결하게 된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