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경찰이 도주하는 흑인 남성에게 20여발의 총격을 가해 숨지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부터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한 흑인 사상 피해가 잇따르면서 두달여 남은 대선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31일 LA 웨스트몬트에서 흑인 남성 디잔 키지(29)가 LA카운티 보안관실 소속 경찰관 2명의 총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보안관실은 정당방위였다는 입장이나 유족들은 경찰관들의 필요 이상의 과잉진압으로 키지가 목숨을 잃었다며 맞서고 있다.
보안관실에 따르면 당시 순찰 중이던 경찰관 2명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키지가 교통법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그를 붙잡아 세웠다. 키지는 경찰들이 다가오자 타고 있던 자전거를 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경찰이 그런 그를 뒤쫓았고, 키지는 따라붙은 경찰 1명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이 과정에서 키지가 들고 있던 옷 뭉치가 떨어졌는데 그 안에서 검은색 반자동 권총 1정이 나왔다. 경찰은 그 순간 키지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보안관실은 키지가 경관을 폭행하고 총을 소지하고 있어 총격을 가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키지 측 변호인과 유족들은 경찰이 20여발 이상 총을 쏘는 등 불필요한 과잉 진압이 있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키지 측 변호를 맡은 인권 변호사 벤자민 크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키지는 권총이 들어있던 옷 꾸러미를 떨어뜨리고 그것을 줍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경찰들은 도망치는 키지의 등 뒤에서 총을 20발 이상 난사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목격한 알랜더 기븐스(68)는 LA타임스에 “키지가 총을 들지 않은 비무장 상태였는데 왜 경찰들이 총을 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어린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은 데 이어 이번 사건까지 발생하자 LA에서는 경찰 총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키지 사망 당일 100여명이 사건 현장에 모여 시위를 벌였고 이날도 경관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