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은 강경, 경제는 협력…문 대통령 코로나19 투트랙 대응

입력 2020-09-02 15:36 수정 2020-09-02 15:58

코로나19 재확산 속에서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론’을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의료계 집단 휴진에 대해 다시 한번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3일에는 금융사 대표들과 함께 청와대에서 한국판 뉴딜 전략 회의를 주재한다. 방역에는 양보 없는 원칙적 대응을, 경제에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 기조를 부각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참석한다. 문 대통령은 이 대표 선출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대면하게 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 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습니까?”라고 적었다. 전공의 집단 휴진에 대해 ‘의사들의 짐’이라고 표현하며 간접 비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며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이 대부분 간호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휴업 중인 의사들과 대비시킨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선 의사들을 향해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은 환자 곁이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 번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청와대는 이날 코로나19 방역에 맞서고 있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선 ‘전광훈씨’라고 지칭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사랑제일교회 관련한 확진자가 이미 1000명을 넘었다”며 “전광훈씨는 반성은 차치하고라도 최소 미안한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게 도리다. 적반하장에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권력이 살아 있다는 점을 보이라고 지시한 문 대통령의 말을 환기하고 싶다”며 전씨에 대한 엄정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방역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문 대통령이 강경하고 원칙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경제에서는 협력 기조를 부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3일 1차 한국판 뉴딜 전략 회의에서 뉴딜펀드에 대한 정부 지원 방안,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준비한 금융공급 방안 등에 대해 회의를 주재한다.

앞서 정부가 1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재원을 조성해 디지털 인프라, 그린·바이오 등 한국형 뉴딜의 핵심 분야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은 금융사 대표들과 함께 향후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방역과 경제 관련 일정을 번갈아 가며 소화하고 있다. 방역을 강화하되,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대해 “일상이 정지되고, 일자리가 무너지며 실로 막대한 경제 타격을 감내해야 한다”며 거리를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