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 1’ 야당 구청장의 ‘재산세 인하’ 제안, 여당 구청장들이 똘똘 뭉쳐 막았다

입력 2020-09-02 14:07
조은희 서초구청장

‘24대 1’
지난달 31일 개최된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정기회에 올라온 ‘재산세 세율 50% 인하’ 안건의 표결 결과다. 이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유일한 야당 구청장이 제안한 안건을 24명의 여당 소속 구청장들이 똘똘 뭉쳐 부결시킨 것으로, 서울시의 정치적 세력구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같은 세력분포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 소속의 유일한 서울시 구청장인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시민들의 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구(區)세분 재산세 세율을 50% 인하하자고 제안했다. 지방세법에는 재해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재산세 세율을 50%까지 경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현 상황이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조 구청장은 구청장협의회에서 “25개구 전체가 ‘공시가 9억 이하 전 가구’에 대해 자치구분 재산세를 50% 인하할 경우 총액은 약 1673억원, 구별 평균 금액은 67억원으로 2019년 결산 기준 25개구의 평균예산액 7413억과 비교하면 약 0.9%, 지난해 구별 집행잔액 평균액 759억원의 8.8%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시 자치구에서 10% 분담한 평균 금액 64억원과 비슷한 규모라고 했다.
아울러 ‘1가구 1주택자’로 세율 인하 범위를 좁힌다면 재산세 환급 규모가 크게 감소하고, 자치구별 상황에 따라 재산세 세율 인하 대상과 비율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 부담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조 구청장은 설명했다. 2004년과 2005년도 재산세 세율 인하시 각 구청별로 10%에서 40%까지 탄력적으로 재산세 세율을 인하한 바 있다.

조 구청장은 “자치구 차원에서 재산세 세율 인하를 결정해도 공동과세분에 대한 영향은 전혀 없다”며 “각 구별로 구세 조례 개정을 통해 구세분 재산세 세율 인하를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서울시도 시세 조례 개정을 통해 공동과세분 세율 인하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각 자치구에서 걷어들인 재산세 절반은 서울시가 강남·북 양극화 해소를 위해 ‘공동과세’ 개념으로 운영한다. 즉 서울시는 재산세 절반을 공동과세분으로 분류해 재정자립도에 따라 25개 자치구에 나눠 주고 있다.

조 구청장은 또 정부가 실거주 목적의 1가구 1주택자를 보호하기 위해 오는 10월 주택 재산세율 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감소 필요성은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에서 재산세 세율 인하는 지자체의 취약계층 지원 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협의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위기 대책으로 서울시구청장협의회 협의를 통한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면 25개 자치구 모든 구민을 대상으로 하거나 생계에 가장 큰 위협을 겪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이 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초구의 안건은 일부 특정 주민(9억원 이하 1주택자)만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세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하는 가장 주효한 수단 중 하나인데 재산세 세율인하를 통해 재산(주택)보유자를 간접 지원함으로써 오히려 취약계층 지원 여력을 감소시키고 재난, 위기 상황 속에서 공동체 유지와 이를 위한 사회적 연대 강화를 저해하는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자치구별 재정여건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거론했다. 서초구는 구별 평균 재산세 인하금액이 67억원이며 각 구별로 감당 가능한 규모라고 주장하지만 각 구별로 처한 여건을 반영하면 구 세분의 실제 경감비율은 자치구별로 최대 8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대신 구청장협의회는 세부담 상한제 등의 활용을 제안했다. 서울시 역시 재산세는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재산세액이 급증하더라도 전년대비 5~30%를 넘지 않도록 세부담 상한제를 시행해 재산세 급등으로 인한 시민 부담 증가를 방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세부담 상한은 3억원 5%, 3억~6억원 10%, 6억원 초과 30%이다. 아울러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중저가 1가구 1주택 재산세율 인하계획’에 고가주택이 많은 서울시(자치구)의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서초구는 유일한 야당 소속인 조은희 구청장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구청장협의회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지만 향후 구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서초구 차원에서 재산세 감면을 준비해나갈 방침이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