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희랑대사 좌상이 국보가 된다. 문화재청은 고려 시대 고승의 실제 모습을 조각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보물 제999호·乾漆希朗大師坐像)을 2일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 15세기 한의학 서적 ‘간이벽온방(언해)’과 17세기 공신들의 모임 상회연(相會宴)을 그린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 등 2건은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현재 보물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신라 말∼고려 초까지 활동한 승려인 희랑대사를 조각한 것이다. 희랑대사는 태조 왕건(王建)이 후삼국을 통일하는 데 큰 도움을 주어 왕건은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해인사 중창에 필요한 토지를 사용 폐기 권고하고 국가의 중요 문서를 이곳에 두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조각으로서, 고려 10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배 등에 옻칠해 여러 번 둘러 형상을 만드는 건칠(乾漆) 기법으로 제작돼 사실성이 돋보인다.
건칠기법이 적용된 ‘희랑대사좌상’은 육체의 굴곡과 피부 표현 등이 매우 자연스러워 조선 후기에 조성된 다른 조각상들과 달리 관념적이지 않고 사실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보물로 지정 예고한 ‘간이벽온방(簡易辟瘟方(諺解)’는 1525년(중종 20년) 의관(醫官) 김순몽(金順蒙), 유영정(劉永貞), 박세거(朴世擧) 등이 평안도 지역을 중심으로 역병(疫病, 장티푸스)이 급격히 번지자 왕명을 받아 전염병 치료에 필요한 처방문을 모아 한문과 아울러 한글로 언해(諺解)해 간행한 의학서적이다. 조상들이 현대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극복하고자 노력한 흔적을 보여주는 서적일 뿐 아니라 조선 시대 금속활자 발전사 연구에도 활용도가 높다.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新舊功臣相會題名之圖 屛風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46호)’은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소장품으로, 선조 연간(1567~1608) 녹훈(錄勳·공신들의 업적을 훈적(勳籍)에 기록하는 일)된 구공신(舊功臣)과 신공신(新功臣)들이 1604년(선조 37년) 11월 충훈부(忠勳府·조선 시대 공신이나 그 자손을 우대하기 위한 사무를 담당한 관청)에서 상회연(相會宴)을 개최한 장면을 그린 기록화이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