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노인도 카카오게임즈에 1억원 ‘영끌’…청약 신기록 쓰나

입력 2020-09-02 11:40 수정 2020-09-02 11:44
1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및 상담을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제공

“난생 처음 비대면 계좌 만들고 노후자금 1억원 넣었지. 돈 버는 데 귀찮은 게 어딨겠어요”

2일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이 진행되는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 지점에서 만난 김지순(85)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코로나19 때문에 경제가 어렵긴 한가보다”며 “몇 주 못 받는다고 해도 ‘늙어도 현명하게 투자하면서 살아가는구나’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청약 광풍’에 휩싸인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기업공개(IPO)의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일 오전 10시30분 기준 청약 주관사와 인수회사에 접수된 카카오게임즈 일반 청약 경쟁률은 839대 1에 달하고, 증거금은 32조2000억원이 몰렸다.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때 세운 증거금 기록(30조9900억원)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청약 마지막 날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은 카카오게임즈 청약을 하려는 사람들로 오전부터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상담 창구가 꽉 찼을 뿐 아니라, ARS 청약을 기다리는 줄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온라인 청약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 투자자들이 주로 눈에 띄었다.

이날 영업점에서 만난 이모(68)씨는 지금껏 모은 6억원 가량을 청약 증거금으로 넣었다. 이씨는 “시중 은행 예금금리가 0%대인 마당에 딱히 투자할 곳이 없어서 왔다”며 “이번에 처음으로 증권사 계좌를 뚫어봤다”고 말했다. 주부 문모(60)씨도 “SK바이오팜 청약을 놓친 게 후회돼서 왔다. 최근 적금이 만기돼서 1억2000만원을 넣었다”며 “주변 사람들이 난리다. 돈 버는 게 최고인 세상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온라인 사이트는 청약 신청자가 몰리면서 시스템 작동이 지연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청약을 위한 접속자수가 급증하면서 20분 가량 지연됐다. 현재는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삼성증권 트레이딩 시스템에서도 지연이 발생하기도 했다.

보통 청약 마지막 날 신청이 몰리는 경향을 고려하면, 카카오게임즈 최종 경쟁률은 2000대 1에 가까울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1억원을 넣으면 4주를 배정받게 된다. 만약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 역대 최고 경쟁률(3039:1)에 달할 경우에는 증거금 1억원으로 2주를 받게 된다. 이날 청약은 오후 4시에 마감된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