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얼어붙은 지역경제… 지역화폐로 녹인다

입력 2020-09-02 11:12

지자체가 발행한 지역화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역화폐는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 소상공인에게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2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도내 11개 시·군은 지난 4월부터 일제히 해당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 화폐에 대해 10%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처다. 할인액 만큼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식인데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청주시는 당초 카드형 지역화폐인 ‘청주페이’ 충전금액의 6%를 인센티브로 제공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6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10%로 늘렸다.

청주페이는 이날 기준 12만8845명이 이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1033억이 발행돼 875억원이 사용됐다. 환전율은 84.7%다.

시는 청주페이가 지역경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 내년에 2700억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다. 올해 목표한 2000억원보다 700억원이 많다.

제천 지역화폐 ‘모아’도 올해 할인율을 점차 높이면서 판매액이 급증했다. 6%를 할인해주던 지난 1∼2월 한 달 67억원 판매에 그치던 것이 4월 할인율을 10%로 올린 이후 11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모아의 판매액은 990억원에 달한다.

시는 그동안 6만여명이 제천화폐 실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천화폐 모아 가맹점은 7300곳이다.

괴산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통시장과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자 소비촉진을 위해 지난 4∼7월 지역 화폐인 괴산사랑상품권 30억원 어치를 10% 할인 판매했다. 올해 7월까지 판매액은 98억원(재난지원금 등 정책 수당 51억원 포함)으로 지난해 한 해 판매액(36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 2월 출시한 음성군의 카드 충전식 ‘행복페이’는 올해 판매 목표를 30억원으로 잡았으나 지난6월 이미 100억원을 넘어섰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과 취약계층 지원금으로 지급한 행복페이까지 합치면 183억원에 달한다.

영동사랑상품권은 올해 상반기 26억2444만원 어치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된 6억291만원에 견줘 4배 이상 높다. 올 7월에는 12억546만원 어치가 판매됐다. 영동군은 올 연말까지 10%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판매할 예정이다.

지역화폐는 지역경제를 돌리는 데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발행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 화폐는 현금가보다 최대 10% 싸게 물건을 살 수 있어 소비자는 물론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더는 소상공인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지역화폐는 지역 편의점과 학원, 미용실, 카페, 병원, 주유소,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유흥업소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지자체 관계자는 “10% 파격할인에 나서면서 지역화폐 판매와 유통이 급증했고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터줬다”며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