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부 수반의 입에서 “삼권분립이 없다”는 직접적인 발언이 나왔다. 앞서 홍콩에서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삼권분립 관련 부분이 삭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매체는 1일(현지시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홍콩에 삼권분립은 없다. 케빈 융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6개 출판사에서 나온 8종의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홍콩의 정치 체제를 ‘삼권분립’이라고 기술한 내용이 삭제되거나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케빈 융 교육부 장관은 교과서 수정과 관련해 “삼권분립 삭제는 사실에 근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교과서에서는 삼권분립뿐만 아니라 6·4 천안문 민주화 시위도 삭제됐으며 시민 불복종의 경우에는 법적 책임을 질 각오를 해야 한다는 언급도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람 행정장관은 “홍콩의 헌법 질서는 모호할 여지가 없다”면서 “교육부가 한 일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이 중국 정부와 분리될 수 없는 특별 행정구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람 행정장관은 “많은 사람은 행정장관을 오직 홍콩 행정부 수반으로만 오해한다”면서 “그러나 나는 (중국 정부의) 특별 행정구역 수장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행정 수반이 행정부뿐만 아니라 사법부와 입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홍콩 종심법원의 제프리 마 수석법관(대법원장)은 2014년 홍콩기본법이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 간의 권한 분리 원칙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던 만큼 람 행정장관의 발언은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홍콩 보안법 강행에 이어 홍콩 민주주의의 미래가 더 어두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생들과 교사 조합은 해당 교과서를 철회하고 심사 기준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제출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1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학생 단체인 교육현장(Education Breakthrough)의 이삭 쳉 대변인은 “교과서는 학생들을 정부의 대변자로 바꾸는 정치적 검열의 한 형태”라고 비판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환영하는 반응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등은 “독성의 교재를 씻어내는 건 첫걸음”이라며 “(홍콩 정부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