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반 입에서 나온 “삼권분립 없어”…끝장난 홍콩 민주주의

입력 2020-09-02 10:17 수정 2020-09-02 10:39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뉴시스신화

홍콩 행정부 수반의 입에서 “삼권분립이 없다”는 직접적인 발언이 나왔다. 앞서 홍콩에서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삼권분립 관련 부분이 삭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매체는 1일(현지시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홍콩에 삼권분립은 없다. 케빈 융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6개 출판사에서 나온 8종의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홍콩의 정치 체제를 ‘삼권분립’이라고 기술한 내용이 삭제되거나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케빈 융 교육부 장관은 교과서 수정과 관련해 “삼권분립 삭제는 사실에 근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교과서에서는 삼권분립뿐만 아니라 6·4 천안문 민주화 시위도 삭제됐으며 시민 불복종의 경우에는 법적 책임을 질 각오를 해야 한다는 언급도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람 행정장관은 “홍콩의 헌법 질서는 모호할 여지가 없다”면서 “교육부가 한 일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케빈 융 홍콩 교육장관 뉴시스신화

그러면서 홍콩이 중국 정부와 분리될 수 없는 특별 행정구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람 행정장관은 “많은 사람은 행정장관을 오직 홍콩 행정부 수반으로만 오해한다”면서 “그러나 나는 (중국 정부의) 특별 행정구역 수장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행정 수반이 행정부뿐만 아니라 사법부와 입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홍콩 종심법원의 제프리 마 수석법관(대법원장)은 2014년 홍콩기본법이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 간의 권한 분리 원칙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던 만큼 람 행정장관의 발언은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홍콩 보안법 강행에 이어 홍콩 민주주의의 미래가 더 어두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생들과 교사 조합은 해당 교과서를 철회하고 심사 기준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제출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1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지난 7월 1일(현지시간) 홍콩에서 경찰이 홍콩반환기념일 시위자를 붙잡은 모습 뉴시스AP

학생 단체인 교육현장(Education Breakthrough)의 이삭 쳉 대변인은 “교과서는 학생들을 정부의 대변자로 바꾸는 정치적 검열의 한 형태”라고 비판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환영하는 반응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등은 “독성의 교재를 씻어내는 건 첫걸음”이라며 “(홍콩 정부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