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반대 논문들만 사라졌다…복지부 보고서 논란

입력 2020-09-02 00:03 수정 2020-09-02 00:03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 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의료 인력 확대라는 정책 추진 방향에 맞춰 연구보고서를 재가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복지부가 공개했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견을 낸 논문이 전부 사라진 것에 대해 네티즌들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1일 복지부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복지부는 2018년 작성 발표했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지난 3월 31일 수정해 재공개했다.

복지부는 수정본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보고서 중 제6장 ‘보건의료인력 수급 추계 방법 및 현황’의 일부 내용에 사실관계 오류 등 문제가 발견돼, 일단 제6장 내용을 삭제해 게시했다”며 “그 뒤 해당 내용을 수정·보완해, 제6장을 포함한 전체 보고서 파일을 홈페이지에 게재한다”고 밝혔다.


보고서 내용 가운데 삭제된 부분은 의사 인력과 관련된 논문들이다. 삭제된 부분 중 정상혁(1998)의 논문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견을 담고 있다. 이 논문에는 “의사인력 대 인구비 방법보다 의료수요를 계측하여 추계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한 추계 방법이라고 주장”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새로 추가된 양봉민(1992)의 논문은 의료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삭제된 부분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이 논문은 “하루 40명의 외래환자 진료를 보고 1년간 300일의 진료 가능일을 가정할 때, 의사 인력이 장기적으로 부족하다”고 예측한다.


정부가 인위적인 정책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한 논문도 사라졌다. 삭제된 김양균 등(2001)의 논문은 “이전 공급 부족에 대한 연구결과를 반박함으로써 입학정원의 조정 등 인위적인 정책개입은 오히려 의사 인력수급 균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담당자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보고서 수정과 관련해 “2018년의 보고서에는 추계 접근방법에 오류와 표절 문제가 있어 관련 부분이 모두 삭제된 것”이라고 밝혔다.

담당자는 “내용 일부에 참고문헌 없이 문장 전체를 복사해서 넣은 부분이 있었다”며 “무단 인용 소지가 있어 삭제됐다. 추계 접근방법에도 일부 오류가 발견돼 모두 수정됐다”고 해명했다.

다만 복지부는 보고서에서 사라진 논문 중 어떤 논문에 표절 의혹이 있었는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김나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