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임단 T1은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내에서 가장 수준 높은 아카데미를 보유한 팀으로 꼽힌다. 올해 ‘칸나’ 김창동, ‘클로저’ 이주현 등이 1군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그 경쟁력을 여실히 입증했다.
T1 아카데미는 어떤 철학으로 유망주를 육성하고 있을까. 또 김창동과 이주현의 뒤를 이을 인재는 누구일까.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구의 T1 숙소를 방문해 아카데미의 두 탑라이너 ‘제우스’ 최우제(17)와 ‘버돌’ 노태윤(18)과 정글러 ‘오너’ 문현준(19), 박세호 코치(26, 이상 한국식 나이 기준)를 만났다.
인터뷰 1부에선 선수 3인을 소개하는 내용을, 2부에선 박 코치의 육성 철학을 다룬다.
-먼저 LoL 팬들에게 자기소개를 한다면.
△최우제=저는 게임을 할 때 팀원들과 의사소통하며 함께 상황을 만들어나가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너구리’ 장하권(담원), ‘칸나’ 김창동(T1), ‘라스칼’ 김광희(젠지) 같은 상위권 팀 선수들의 리플레이를 보며 그들의 장점을 습득하려 노력하고 있다. 소환사명 ‘제우스’는 제 이름과 선호하는 챔피언 케넨·제이스가 번개 콘셉트를 갖고 있다는 데서 따왔다.
△노태윤=저는 탑라이너답게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갖고 있다. ‘상대를 죽여 놓겠다’는 마인드로 게임을 한다. 조금 무리하다 보니 데스가 잦은 점도 있다. 롤 모델은 김창동이다. 플레이가 안정적이면서도 잘한다. 솔로 킬 횟수도 올 시즌 1위였다. 보고 배울 점이 많다. 소환사명 ‘버돌’은 어렸을 적 별명인 ‘버섯돌이’의 줄임말이다.
△문현준=저는 적 정글러와 1대1 대결을 한다는 생각으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커즈’ 문우찬(T1)과 ‘클리드’ 김태민(젠지) 둘을 닮고 싶다. 문우찬은 안정적이고, 김태민은 공격적이다. 그 둘의 장점을 모두 흡수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로 본다.
-T1 아카데미에 입단하게 된 경위는.
△최우제=어렸을 때부터 프로게이머를 꿈꾼 건 아니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진로를 찾다 보니 잘하는 게 게임밖에 없더라. SNS에 올라온 T1의 유망주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지난해 여름 입단했다.
△노태윤=초등학교 때 솔로 랭크 다이아몬드 1티어를 달성해 제가 게임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았다. 6학년 때부터 프로게이머가 될 방법을 알아봤다. 탑라이너로 포지션을 확실하게 정하니 실력이 늘었다. 지난해 2월 T1 아카데미 입단 테스트에 합격했다.
△문현준=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프로게이머가 꿈이었다. 고등학생 때는 잠시 학업 쪽으로 진로를 잡기도 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경찰이나 공무원이 되길 원하셨다. 원래 쭉 다이아몬드 티어에 머물고 있었는데 한 달 안에 챌린저 티어를 찍고, 입단 테스트를 보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이후 솔로 랭크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쳐 박 코치님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
-아카데미 입단 후 배운 점이 있다면.
△최우제=집에서 솔로 랭크만 했을 때는 옆에서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어렵게 독학하는 느낌이었다. 팀에 들어오니 코치님이나 다른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어 좋다. 라인전이나 운영을 배우고 있다.
같은 챔피언을 하더라도 상대 챔피언에 따라 딜 교환 방식이 다르다. 이런 걸 같이 연구하기도 한다. 한타 상황에서 콜을 하는 법도 많이 배운다. 원래 제가 좀 쉽게 흥분하는 편이라… 다른 선수들의 콜이 묻힐 수 있어 불필요한 콜을 줄여나가고 있다.
△노태윤=잘하는 팀과 스크림이 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어떻게 운영을 당했는지, 상대가 어떻게 라인을 관리했는지 리플레이를 보며 배우고 있다. 코치님의 피드백을 생각하며 다음 게임에 임한다. 한타 상황에서의 콜이나 상황에 따라 포커싱하는 방법도 배웠다. 대회 경기도 더 챙겨보고, 모르는 게 있으면 코치님께 물어본다.
△문현준=제가 콜 쪽에서 실수가 잦았는데 코치님이 잘 케어해주셨다. 입단 전에는 공격적인 플레이가 제 장점이란 걸 몰랐다. 코치님이 이걸 장점으로 만들어주셨다. 팀 게임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서로의 장단점을 평가한다면.
△최우제=노태윤은 라인전 실력이 뛰어나고 변수를 만들 줄 안다. 라인전은 항상 반반 이상의 우위를 점하고, 상대가 예상하지 못하는 타이밍에 바텀 로밍을 성공시킨다. 실력적으로는 단점이 없는데 화가 좀 많은 것 같다. 안정성이 떨어지고, 감정적으로 게임할 때가 있다.
△노태윤=최우제는 라인전도 어느 정도 잘 수행해나가면서 한타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한타에서 상대 챔피언을 하나씩 포커싱하면서 이끌어나가는 능력이 좋다. 단점은 스크림 때 말이 좀 많다는 점. 오더가 겹치는 경우가 꽤 있다.
△문현준=최우제는 한타 쪽을 더 잘하고, 노태윤은 라인전 쪽을 더 잘한다.
△최우제=문현준은 내버려 두면 알아서 상대 정글러보다 성장에서 앞선다. 다이브도 잘 친다. 단점은 게임을 지고 있을 때 사기가 뚝 떨어진다는 점 같다. 헤드셋을 통해 한숨 쉬는 게 들리고, 옆에서 어두운 기운이 느껴진다.
-함께 T1 아카데미에서 생활했던 ‘칸나’ 김창동, ‘클로저’ 이주현이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최우제=함께 생활했고, 친하게 지냈던 선수들이 대회에 나가 잘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다. 저도 꼭 데뷔해서 팬들께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김창동이 아카데미 시절 스크림하는 걸 뒤에서 많이 훔쳐보기도 했다. 그때부터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더 잘하는 것 같다.
△노태윤=저도 작년에 그 선수들과 같이 생활했다. 이렇게 LCK에 데뷔하고, 잘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저도 나중에 데뷔한다면 그들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저는 로열 로더가 되고 싶다.
△문현준=저는 올해 입단해 이주현과만 함께 지냈다. 활약하는 걸 보니 대견하고 뿌듯하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또는 롤 모델이 있다면.
△문현준=공격적으로 플레이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저 선수는 공격적인 선수구나’ 하는 인상을 남겨주고 싶다. LPL 스타일에 큰 자극을 받았다. 특히 ‘카사’ 홍 하오쉬안(TES) 선수나 ‘피넛’ 한왕호(LGD) 선수의 플레이를 인상 깊게 봤다.
△노태윤=저는 ‘누구누구처럼 잘한다’ ‘누구누구처럼 플레이한다’ 같은 평가를 받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버돌은 어떻게 플레이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제2의 누군가가 아닌 제1의 버돌이 되고 싶다.
△최우제=김창동이나 ‘줌’ 장 싱란(JDG)을 보면 팀의 서포팅을 받지 않는데도 라인전에서 밀리지 않는다. 그러다 솔로 킬도 따낸다. ‘쟤는 탑을 안 봐줬는데도 상대보다 잘 컸네’라는 얘기를 듣는 선수가 가장 좋은 탑라이너인 것 같다. 공격적인 플레이가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팀이 항상 탑을 봐줄 순 없는 것 아닌가.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해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
-프로게이머 커리에에서 궁극적 목표로 하는 바는.
△최우제=누구나 그렇듯 최종 목표는 롤드컵 우승이고, 당장의 목표는 1군 팀 콜업이다.
△노태윤=‘버스 타는 우승’이 아닌 ‘내가 캐리해서 만들어낸 롤드컵 우승’을 하고 싶다.
△문현준=저 또한 프로게이머로서의 최종 목표는 롤드컵 우승이다. 하지만 동시에 ‘레전드’ 선수들처럼 LoL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 은퇴 후에도 사람들이 인정하고 또 알아봐 주는 그런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
-후에 만날 LCK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 한마디.
△최우제=지금처럼 열심히 노력해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노태윤=솔로 랭크 순위는 높은데 최근 열렸던 아카데미 대회(2020 LCK 아카데미 시리즈)에서 그 값어치를 못 했다. 다음에 또 대회에 출전한다면 솔로 랭크 순위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문현준=모두가 저를 아실 수 있게끔 실력을 끌어올리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